‘숙제를 대신해주는 외계인’이라는 발상이 참 흥미롭다. 나 또한 어렸을 때 숙제를 대신 하는 '또 다른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서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듯 하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재미만 있는 책은 아니다. 어린이의 마음에 공감하고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우수는 학원과 학교 숙제를 감당하기에 벅찬 초등학교 3학년이다. 바쁜 부모님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숙제는 점점 우수에게 큰 짐처럼 다가온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등장한 외계인 ‘곽배기’는 우수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다.
곽배기의 등장은 다소 유쾌하고 코믹하게 그려지지만, 이야기 속에서 곽배기가 해주는 진짜 역할은 숙제를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수가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곁에서 돕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인상 깊었다. 곽배기는 말한다. "내가 반을 도와주면, 나머지 반은 네가 완성하는 거야." 이 대사는 아이에게 단순한 조언을 넘어 성장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말처럼 느껴진다. 아이가 직접 해보는 경험을 통해 스스로의 힘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 그게 바로 진짜 도움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작품 속에는 부모의 입장에서 돌아보게 되는 장면들도 있다. 숙제에 지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조건적인 잔소리로만 대응해 왔던 내 모습이 부끄럽게도 떠올랐다. 작가는 숙제는 아이만의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실 숙제는 어른도 매일같이 해 나가는 삶의 과제이자 책임이기도 하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곽배기’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해주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곁에 있어주고 믿어주며,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존재 말이다.
<숙제 외계인 곽배기>는 숙제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동시에 부모에게는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어른에게는 자기 삶의 숙제를 대하는 태도를 되돌아보게 한다. 읽는 내내 유쾌했지만, 다 읽고 난 후에는 마음 한켠이 잔잔하게 울리는 기분이 들었다. 숙제를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아이를 대하는 자세가 이 책을 통해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