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느 날 문이 사라졌다 - 제2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95
김은영 지음, 메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2월
평점 :

<어느 날 문이 사라졌다>는 '제25회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수상작'이다. 이것만으로도 기대가 컸는데, 택배 상자처럼 집이 밀봉되어 버렸다는 설정에 어떤 내용일지 정말 기다려졌던 작품이다.
해리와 해수는 어느 남매처럼 자주 투탁 거리는 그런 아이들이다. 어느 날 눈 떠보니 집에 모든 문이 사라져있다. 창문도 없고 현관문도 없다. 외부로 나갈 수 있는 모든 통로가 사라진 것이다. 학원과 학교로 고단한 아이들이라면 아무도 없는 집에서 하루 종일 푹 쉬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과 전화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는 가정하지 않겠지.) 해리와 해수도 처음에는 어쩌면 자유롭다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루 이틀 날짜가 흐를수록 두 아이는 밀폐된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해 본 적 없던 요리도 하고 화장실 청소도 하고 달걀에서 병아리를 부화시키려고도 해본다. 고립된 아이들의 상황이 다급하고 위험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아이들이 방법을 찾아가고 기존의 생활을 돌아보는 과정이 조금은 유쾌하게 그려진다.
안식처였던 공간에 고립된다는 발상의 전환이 참신하게 다가온다. 어른의 기준에서 조금은 약해 보이는 아이들이 그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투닥거림을 멈추고 힘을 합치는 모습도 기특하게 보인다. (외동인 나의 아이는 이 책을 읽고 그래도 형제가 있으면 이럴 때 의지하고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해리와 해수는 갇힘으로써 그동안 집에서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게 된다. 쿵쿵 걷기도 하고 크게 소리도 질러본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여러 방법을 동원해 집을 나가려고 한다. 해리와 해수는 결국 어떻게 될까?
평범하게 누렸던 일상에 대한 소중함도 다시금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책이었다. 내가 아이에게, 아이가 나에게 건네는 일상적인 말들이 서로에게 마지막으로 건네는 말이라면 어떨까. 서로의 소중함을, 집의 의미를, 형제와의 관계를 모두 돌아보게 하는 의미 깊은 책이다. 재미는 기본이고. 한 번 펼쳐서 읽게 되면 끝까지 덮을 수 없을 정도로 몰입감 있었다. 결국 해리와 해수는 문 앞에 서게 된다. 우리들 각자의 문은 어디인지, 언제 닫히는지 깊게 생각해 보고 이야기 나누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