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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좀비 마을 ㅣ 샤미의 책놀이터 2
방미진 지음, 김미연 그림 / 이지북 / 2023년 7월
평점 :

'좀비' 소재는 어른도 아이도 여전히 관심이 가는 소재다. 인간과 비슷한 외형이지만 (그래서 더 관심이 가는 것일 수도. 인간이 언젠가(?) 좀비가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 때문에.) 기이한 동작을 하고 다른 인간을 공격해 좀비화 시키는 무시무시한 존재. 그런 '좀비'와 '평화'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아 의아했고 그래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여기 평화로운 좀비 마을이 있다. 마을 사람 모두가 좀비가 된 뒤로 그들은 그들 나름의 일상을 회복했다. 백 년 동안 그들끼리 어우러져 평화롭게 살아간 것이다. 두베 씨와 둔둔이 나타나기 전까지 말이다! 두베 씨와 둔둔은 좀비들만 살아가는 이 마을에 발을 디딘다. 좀비에게 공격당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반전이 여기에서 시작된다. 사람인 두베 씨와 둔둔이 좀비를 무서워하는 것보다, 백 년 만에 등장한 인간을 좀비들이 더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좀비 입장에서 인간은 잡아먹어야(?) 할 대상인데, 그들은 인간을 받아들이고 친구로 맞아준다. 특히 좀비 학교에 간 둔둔을 좀비 친구들이 신기해하면서도 배척하지 않고 어울리는 모습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우리는 모두 우리와 다른 존재를 두려워하고 멀리하는 경향이 있는데, 어찌 보면 그 모든 것이 지극히 주관적인 '우리'의 기준이지 않을까 싶었다. 서로를 잘 모르기 때문에 경계할 수 있지만, 함께하는 시간을 거쳐 서로를 받아들여주는 모습을 보고 본받을 점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는 좀비와 인간의 뒤바뀐 입장이 신선하게 느껴진 듯했다. 아이들이 둔둔이를 보고 먹을 것을 떠올리는 장면에서는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개인적으로 수년 전에 본 영화 '웜 바디스'가 떠올랐다. 그 영화도 기존에 형성되어 있던 좀비의 이미지를 크게 깨트려 신선한 충격을 주었었는데 이 책 또한 기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좀비에 대한 이미지를 신선하게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여러모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