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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마녀와 멋대로 마법사 ㅣ 달빛문고 2
양혜원 지음, 한수진 그림 / 아이음북스 / 2023년 5월
평점 :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입이 짧고 가리는 게 많았다. 어린이집을 가면서 엄마와 떨어지는 게 걱정이 아니라, 먹기 싫은 반찬이 나왔는데 골고루 먹으라고 할까 봐 걱정돼서 울기도 했던 아이다. 아이가 먹기 싫어하는 음식의 대부분은 건강에 좋은 것이다. (왜 입에 맛이 없는 건 몸에 좋고, 입에 맛있는 건 몸에 안 좋은 경우가 많은 건지 도통 모르겠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지금보다 어렸을 적에는 채소를 일절 먹지 않았고, 지금도 날로 된 채소는 거의 먹지 않는다. 그런 아이가 초등학교를 다니면서부터는 월간 식단 표를 살펴보고, 하교 후 오늘은 어떤 음식이 맛있었는지 이야기하곤 한다. 맛있다고 말하는 메뉴들은 대부분 건강에 이로워 보이는 것들은 아니지만 아이가 즐겁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울 때가 있다. 편식이 완전히 나아진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먹는 것에 부담을 덜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린이집에서는 억지로라도 한 입씩 먹으라고 가르쳤는데, 학교에선 어느 누구도 먹으라고 강요하는 사람이 없어서이다. 실제로 한 입도 안 먹는 반찬도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아이는 보는 거랑 다를 수도 있다며 한 입씩 먹어본다고 하는데, 이렇게 보면 강요하지 않는 게 결국을 이로운 건가 싶기도 하지만, 언제 고쳐질지 모르는 편식을 마냥 두고 보는 것도 옳은 길인지는 모르겠다.
여기 이렇게 양립하는 내 생각처럼 무조건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급식 마녀(영양사 선생님)와 무조건 행복이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멋대로 마법사(학교 관리인 선생님)이 계신다. 새로 학교에 부임하신 영양사 선생님은 아이들이 골고루 먹지 않고 남기는 것을 참지 못한다. 무조건 다 먹어야 한다고 무섭게 말한다. (알레르기까지 개의치 않고 먹으라는 부분은 정말 너무한다 싶었다.) 아이들은 먹기 싫은 음식을 어떻게든 안 먹어보려고 궁리하지만 녹록지 않다. 그러던 중 무엇이든 뚝딱뚝딱 해결하는 멋대로 마법사 선생님이 나타나 무조건 다 먹으라는 영양사 선생님께 맞선다. 결국 아이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어른인 내가 보기에도 급식 마녀 선생님은 조금 과한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먹기 싫다는 아이에게 먹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나의 모습 중 일부인 것 같기도 해서 반성이 되기도 했다. 결국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건데, 방향이 조금 잘못되지 않았나 싶다. 아이가 좋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서로 같이 노력하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