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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책방의 시간 딜러 ㅣ 상상 고래 20
이윤주 지음, 오윤화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2년 12월
평점 :

아이가 학년이 올라가며 읽는 책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 책의 두께가 두꺼워지고, 글자는 작아지고, 그림은 줄어든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이런 변화 외에도 이야기의 소재나 그 소재가 표현하는 의미가 깊어짐을 느낀다. 이 책 또한 그런 느낌을 주었다.
우선 이 이야기의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은유'라는 주인공이 '이아숨'을 내고 과거로 돌아간다. 이아숨은 사람의 50일간의 생명과 맞바꾼 것이다. 영원책방의 주인은 레테와 모닝인데 사람의 이아숨을 1,000개 모으면 불멸자의 세계로 갈 수 있다. 모닝은 3년 전 아파트 화재에서 법을 어기고 이아숨을 써 은유를 살린 인물이다. 법을 어긴 벌로 올빼미로 변하는 벌을 받게 된다. 이 화재에서 모닝이 은유에게 이아숨을 주어서 은유도 다른 사람의 이아숨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안경을 벗어야만 보이는 것이지만. 사실 이 화재는 작은 화재로 기록되었지만 '소천우' 소방관이 11번이나 이아숨을 내주고 막았던 화재다. 은유는 과거에 두고 와야 하는 검은 팔찌를 두고 올 수 없어 현재로 가지고 와 버렸고, 그 때문에 과거를 기억하게 되었다. 화재를 막은 소천우 소방관은 버스 사고를 막기 위해 계속해서 이아숨을 내주고 사고를 막으려고 하지만 실패하게 된다. 은유가 소천우 소방관의 이아숨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보고 자신도 같이 과거로 돌아가 사고를 막는다. 그때 레테가 나타나 수면 가루를 뿌려 사람들의 이아숨을 훔쳐 간다. 은유는 모닝이 옛날에 준 이아숨 덕분에 잠들지 않고 레테를 막는다. 은유의 친구인 '강우'도 과거에 나타나 레테를 막는다. 결국 레테는 불멸자들에게 잡혀간다. 은유는 영원책방에서 일하게 된다.
아이는 특히나 은유와 소천우 소방관이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다른 사람들을 돕는 모습에 감명한 듯했다. 그들의 용기가 나 또한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이렇듯 이 책은 과거로 돌아가 벌어졌던 사건이나 사고를 돌릴 수 있다는 시간 여행을 주제로 하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살면서 돌아가고 싶은 과거의 순간이 있다. 남은 목숨의 일부와 바꿀 수 있다고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나라면 돌아가겠다고 할 것 같다. 그만큼 후회로 남는 순간과, 그 순간에 내린 선택의 변화가 더 나은 미래(현재)를 가져다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예상이 언제나 해피엔딩인 것은 아니리라. 그럼에도 과거로 돌아가는 모험을 할 수 있는 건 지금 주어진 현재의 결과를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 이처럼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면 등 누구나 해봄직한 상상들이 어떤 상황과 결말로 나타날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