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의 세이지 - SF오디오스토리어워즈 수상작품집
본디소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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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독특하다. 기획의도도 소재도 일반적이지 않다. 밀리의 서재와 다산북스가 오디오 콘텐츠(오디오 북)으로 만들 수 있는 중단편 SF 소설 발굴을 위해 'SF오디오스토리어워즈'라는 공모전을 만들었고, 그 공모전에 당선된 6편의 작품을 실은 책이다.

책은 종이로 접해야 책과 읽는 독자(나) 사이에 관계가 깊어지는 느낌을 받는지라, 개인적으로 e book을 선호하지 않는다. 왜일까. 왜 종이로 접해야 더 친근하고 안정적으로 느껴질까.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기 때문일까. 그것보다는 만져지는 무언가, 잡히는 무언가, 내 곁에 실물로 존재하는 무언가에 대한 애정이나 마음이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책 혹은 독서활동이라는 콘텐츠의 영역도 그 속도에 발맞추고 있다. 오디오북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활자를 읽을 시간이 없거나, 읽을 수 없는 환경이 아니거나 등등 여러 이유로 오디오북이 활용되고 있고 이는 반가운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오디오북에 대한 경험이 없는 내게 이 책은 또 다른 세상을 열어주는 문과 같은 역할이었다.

오디오북도 낯선데 소재가 SF라니.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동안 작고 작은 충격의 연속이었다. 우선 책의 꼭지들을 모두 단편 드라마나 영화로 확장 가능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이야기 전개가 흥미롭고 소재도 신선하다. (소재 자체가 신선하다기보다 이미 나와있는 소재도 조금 다른 시선으로 풀어냈기에 기존과 다르게 다가왔다.) 6편의 단편 중 독자 투표와 심사위원의 심사를 거쳐 우수상으로 선정된 「온 세상의 세이지」만 봐도 이를 충분히 알 수 있다.

우선 '세이지'. 꽃 이름인가 싶었던 세이지는 사람의 이름이었다.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사람. 그런 세이지가 만든 가상현실 속에서 모든 것은 세이지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온 세상의 세이지」를 다 읽고 나면 그제야 제목의 의미가 깊게 다가온다. 가상현실이라는 소재 자체는 이미 흔할 수 있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나면 가상현실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질 것이다. 가상현실이라고 하지만 어쩌면 그것 하나 타인의 내면 그 자체일 수도 있고, 그렇기에 우리는 모두 우리만의 현실 속에서 살아나가고 있는 것일 수 있다. VR로 구현되는 가상현실이 내게 무엇을 남기는가. 어떤 의미인가. 이런 것들보다는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현실이, 즉 어떤 세상이 되어주는지 생각해 보게 한달까. 소재가 SF라고 해서 과학적인 소재와 신기한 이야기들이 나열되는 게 아닌, 그 속에서 인간인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경험들을 하게 되는지 보여줌으로써 공감하고 마음을 울린다. 그렇기에 「온 세상의 세이지」를 읽고 나면 나도 모르게 눈가가 찡해졌던 것일테다.

다른 사람의 세상을 게임팩으로 접할 수 있는 미래. 그것이 축복인지 '사현'처럼 다이브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뒤돌아서야 하는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이끄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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