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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아내로만 살 뻔했다 - 더 큰 나를 만드는 심리학의 힘
박서윤 지음 / 유노라이프 / 2022년 10월
평점 :

입학과 졸업, 취업을 통한 본격적인 사회생활의 시작 등등 인생의 전환점이라 할 만한 상황들이 있다. 하지만 그중에도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키는 건 '결혼'이 아닐까 싶다. 사는 터전도 바뀌고, 함께 생활하는 사람(?)도 바뀐다. (기숙사 생활이나 타지 생활로 룸메이트와 함께 생활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혼의 경우 그 상대를 바꾸는 일이 룸메이트를 바꾸는 일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 특히 아내 입장의 경우에는 정말 많은 것들이 바뀐다. 남녀 성별의 역할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고, 남성의 가사 참여율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들도 많다. 나의 경우 우선 엄마가 챙기던 식사를 직접 챙겨야 했다. 결혼 전에 무언가 요리를 해서 밥을 먹은 경험이 없는 내가 간단하게라도 반찬을 만들어야 하고 다음 끼니에는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해야 했다. 아이를 낳은 후에는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다. 복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아이는 엄마의 손길이 필요했고, 남편과 나 둘 중에 한 명은 아이 곁에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그 선택은 자연스레 내 몫이 되었다. 게다가 며느리 역할도 늘었다. 남편도 사위 역할이 늘었지만 사위의 역할과 며느리의 역할은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집에서 신경 쓰던 밥상을 시댁에 가서도 신경 써야 했고(사위는 처가 댁에 가서 무얼 먹어야 할지 고민이나 신경 쓰지 않는다.) 각종 집안 행사들에 관여해야 했다. 물론 이건 나의 상황이고, 결혼했다고 모두 이렇게 변하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의 의사와 상관없거나 반대되는 선택이 결혼 전보다 훨씬 늘어난다는 건 장담할 수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한 평생 다르게 살아온 남편과의 마찰은 그것이 작은 것일지라도 크게 다가온다. 나 또한 결혼 후 많은 감정을 느꼈지만, 왜인지 안정감이나 행복한 감정보다는 공허감이나 외로움, 절망감 같은 감정이 크게 다가왔다. 그런 상황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저자 또한 인생의 여러 고비(고난) 속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싶었고, 상황을 나은 방향으로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심리학 책들을 읽기 시작했고, 그 과정 중 자기 내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인정해야 함을 깨닫게 됐다. 명상을 통해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감정 일기를 통해 내가 느낀 감정들과 그 감정으로 빚어진 상황을 조금은 냉철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마음속의 상처가 서서히 치유되었고 그 결과 타인과의 관계와 외적 상황 또한 편안하게 흘러갈 수 있었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저자가 읽은 수많은 도서 중 적합한 도서가 추려져 있다는 것일 테다. 기존에 나와있는 여러 심리학 도서들이 비슷한 외침을 하고 있어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저자의 상황과 나의 상황을 빗대어 읽고 참고했던 도서의 요점을 흡수할 수 있어 좋았다.
자신의 마음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지 않으며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꾸준히 한다면 덜 외롭고 덜 절망스러울 것이다. 그만큼 타인에 대한 이해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느낀 부분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