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를 본다'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긴 하지만, 그래도 그만큼 남을 배려하는 거라는 생각도 든다. 자신의 감정이 중요한 만큼 타인의 감정도 중요하다는 걸 알고 고루 살피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조금 안쓰럽단 생각이 드는 것 또한 막을 수 없다. 자신의 감정보다 타인의 감정을 먼저 살피고 더 우선시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눈치를 보는' 상황이 되는 걸 테다. 자신의 욕구와 타인의 욕구를 고루 살피고 원만하게 조율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가끔 두 욕구가 상충되는 경우도 있고 그럴 때 나의 아이가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기보단 자유롭고 명쾌하게 펼쳤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펴든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에게 남은 건 '괜찮다'였다. 무엇을 해도 괜찮다. 무엇을 안 해도 괜찮다. 하고 싶은 것을 해도 괜찮고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 어떤 것이든 모두 괜찮다.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허용하고 인정해 주었던 적이 있었나 싶었다.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할 때 현실적인 이유나 그 당시 상황으로 하지 못하게, 미루게 했던 적이 많다. 하기 싫은 것을 먼저 해야 한다고 했던 적도 많다. 세상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는 거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고, 아이는 자신의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적어도 어린이 시절만이라도!) 즐겁게 인생을 살아갈 수도 있는 거였는데 말이다.
책 한 권 읽은 걸로 아이가 눈치를 전혀 보지 않고 살게 되었다,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책을 읽는 이유는 양육자로서 관점을 변화시킬 수 있고, 아이 또한 평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행동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 해도 무관하다는 것, 오히려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아이의 행동에 제약을 줄이고 '괜찮다'라고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부모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