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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돈이 ㅣ 올리 그림책 14
박성우 지음, 오우성 그림 / 올리 / 2022년 4월
평점 :

용돈은 누구나 설레게 한다. 용돈이 생기면 무엇을 할까? 고민하는 시간조차 설렘으로 가득해진다. 어렸을 적 부모님께 용돈을 받으면 친구들과 떡볶이 사 먹어야지, 봐뒀던 볼펜 사야지, 붕어빵 사 먹어야지 등등 (보통은 다 먹는 곳에 썼던 것 같다.) 이것저것 계획을 세워봤던 것 같다. 물론 계획대로 체계적으로 분배해서 사용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즉흥적으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다 썼지만. 내가 돈을 벌면서부터 그 돈은 용돈의 개념보단, 생활비의 느낌이랄까. 일부는 저축을 해야 하고 일부는 통신비를 납부해야 하고 등등 용돈으로 뭐 할까 즐거운 고민을 하던 시간들은 점점 현실적인 고민의 시간으로 바뀌어 갔다. 그래서 이 책을 보는 동안 '아, 용돈이 그렇지. 이렇게 들뜨게 하지. 나도 용돈 받고 싶다.'란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이제 용돈을 줘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아이도 용돈을 받으면 이렇게 즐거운 상상을 하고 그러겠구나 싶었다. (약간의 반전일 수 있지만, 후에 이 생각은 빗나가고 만다.)
아이는 용돈을 받으면 무얼 할지 상상한다. 초콜릿으로 만든 미끄럼틀을 살까, 로봇을 사서 심부름이랑 숙제를 시킬까, 우주선을 타고 우주여행을 할까 등등 아이의 상상은 끝을 모르고 펼쳐진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은 아이의 순수한 상상은 보는 이를 미소 짓게 한다. 나에게 용돈은 떡볶이 혹은 아이스크림, 이렇게 단순하고 단출했는데 말이다.
책장을 덮으며 아이에게 물었다. 용돈을 받으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나의 아이는 책을 사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책 속 주인공은 숫자도 아직 다 못 세는 아가라 천 원짜리로 우주선도 사고 기차도 살 거라고 한 것 같다며, 어떻게 천 원 용돈으로 그런 것들을 살 수 있겠냐며. 그래도 초콜릿 미끄럼틀은 있으면 신기할 것 같다며, 하지만 개미가 많이 모여들 것 같아서 싫다며. 귀여운 상상이 가득한 책을 읽고 나의 아이 또한 아이다운 상상력을 보여줄 거라 생각했던 예상은 아이의 현실적인 답변에 무너졌지만, 그렇기에 아이와 함께 우리가 하지 못하는 여러 생각들을 유쾌하게 둘러볼 수 있어 의미 깊은 독서였다.(고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