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채소를 먹어야 해? - 80가지 음식으로 알아보는 우리 몸과 영양소
세노오 신야 그림, 고향옥 옮김, 권오란 외 감수 / 길벗스쿨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잘 먹지 않았다. 조리원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다른 아이들이 먹는 양에 비해 턱없이 적게 먹었고, 이유식도 잘 먹는 편이 아니었다. 그런 식습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식습관이 아니라 어쩌면 성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도 가리는 게 많은 아이다. 우선 채소를 좋아하지 않고 고기를 좋아한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초등학교를 입학하며 김치 먹기에 도전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억지로 조금 먹는 정도다. 채소도 먹어야지, 채소를 먹어야 건강해져, 이제 채소 먹을 나이야 등등 식사시간마다 고기나 가공식품 적게 먹고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한다고 잔소리하지만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아이도 머리로는 채소도 골고루 먹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입에서 안 받아들여지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책을 보고 아이와 함께 읽으면 채소에 조금 더 관심이 생기지 않을까 싶었다. 단순히 '채소는 몸에 좋아, 그러니 제철에 나는 채소를 골고루 먹어야 해' 이렇게 이론상 아는 지식을 뛰어넘어 알록달록한 표지처럼 채소의 여러 영양소를 알록달록 알려 줄 것 같았다. 이 책을 받아든 아이는 외쳤다. "내 말이 그 말이야. 왜 채소를 먹어야 하는 거냐고!" 나와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접근한 것 같다.



이 책은 무조건적으로 채소를 먹어야 좋다는 따분한 책이 아니었다. 우리 몸은 소화를 어떤 방법으로 시키고, 어떤 영양소가 필요하며, 우리가 흔히 접하는 여러 재료들에는 어떤 요소들이 들어있는지 무겁지 않게 설명해 준다. 아이는 이 책을 펼치자마자 '내가 좋아하는 간식류부터 볼래.'라며 간식류 페이지를 펼쳤고, 옆에서 나는 간식들이 우리 몸에 얼마나 안 좋은지 이 책이 알려주겠지 벼르고 있었는데 내 예상과 다르게 이 책은 칼슘이 풍부한 시원한 간식이라고 아이스크림을 설명하고 있었다. 다른 간식류들도 그 음식이 가진 영양소를 알려주고 있었다. 나는 아이스크림, 케이크 이런 종류의 음식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모든 음식에는 각각의 영양소가 있고(물론 과하면 안 좋다는 내용 또한 담고 있다) 그렇기에 어떤 음식을 부정한다는 것에 대해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유도하는 책이었다. 내가 싫어하는 채소에는 이런 영양소가 있고, 내가 좋아하는 간식에는 이런 영양소가 있구나 깨달으면서 어쩌면 싫어하는 음식을 먹어야만 한다는 부담이 덜어진다고 표현해야 할까? 아이와 함께 관심 있는 페이지부터 훑어보며 내가 느낀 점은 그랬다.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음식에는 다 다른 영양소가 들어있으니 너무 과하지 않게 너무 부족하지 않게 즐겁게 먹으면 되겠구나, 안 먹는다고 지적하지 말고 이런 영양소도 있으니 한 입 먹어볼까 권유하는 정도로 해도 괜찮겠구나, 싶었다. 이 책 한 권으로 편식이 고쳐지지는 않겠지만 아이도 나도 음식을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 가볍게 할 수 있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