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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젠더 - 우린 모두 달라!
오누키 시오리 지음, 송지현 옮김,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감수 / 예림당 / 2022년 4월
평점 :

나의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파란색을 좋아했다. 원피스나 치마는 싫어했고(거슬리고 불편하다는 이유) 청바지를 좋아했다(활동하기 편하다는 이유). 비즈 만들기, 액세서리 꾸미기 등의 놀이를 안 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것보다는 자동차 만들기, 공룡 피규어를 더 좋아했다. 반지, 목걸이 등의 장신구보다는 로봇 전자시계, 무선 자동차를 더 좋아했다. 나는 아이가 남들처럼 여자라는 이유로 분홍색, 반짝거리는 것, 치마, 긴 머리, 구두 등을 선호하지 않는 게 좋았다. 그냥 본인이 좋고 편한 걸 추구하는 걸 응원하고 싶었다. 여자니까 분홍색 옷을 입어야 하고 남자니까 파란색 옷을 입어야 하는 건 너무 뻔하고 구닥다리 같았다.
그럼에도 아이는 밖에 나가 여러 가지 질문을 받아야 했다. 가장 흔한 질문은 "위로 오빠가 있나 봐요?"였다. 아이가 좋아서 고른 파란색 계열의 옷, 로봇 캐릭터가 프린트된 티셔츠, 마블 캐릭터가 크게 보이는 운동화가 아이의 오빠의 취향으로 어쩔 수 없이 물려받아 입게 된 것으로 보는 것이었다. "아니에요. 오빠 없어요. 다 아이가 직접 고른 것들이에요." 하면 당황하던 상대방들. 심지어 가족 중 어르신은 아이에게 소원이니 제발 드레스나 원피스 한 번 입고 오면 안 되냐고 하셨고, 아이는 그럴 때마다 한숨을 내쉬며 나지막이 말했었다. "치, 나는 내가 좋은 거 입을 건데." 왜 이런 변명 같은 답변과 한탄이 섞인 설명을 해야 하는지 상황을 지켜보는 나는 답답할 뿐이었다.

머리를 짧게 자른다고, 바지를 즐겨 입는다고, 분홍보단 파랑을 선호한다고 해서 아이의 성별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 박혀버린 선입견의 시선들은 얼마나 부당하고 불편한가. 나는 아이가 계속 자신의 취향을 추구하며 살았으면 바라고, 아이가 어른이 된 시대에는 저런 선입견이 조금은 무너져 있기를 바란다. 남자도 빨강을 좋아할 수 있고 매니큐어 바르는 걸 좋아할 수 있으며 여자도 파랑을 좋아하고 축구를 좋아할 수 있다는 것에서 시작해 세상에는 여성 남성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것, 여자와 남자만이 사랑의 감정을 나누는 게 아니라는 점 등을 아이가 받아들이길 바란다. 그럼으로써 보다 성장된 시각으로, 세상을 포용하며 살아나가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좋겠지. 주변을 둘러보면 다양함보다는 일반적인 경우가 많으니 책을 통해서라도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것, 다양한 경우와 취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면 한다. 이 책은 그런 시야의 확장에 큰 도움을 준다.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시를 그림과 글을 통해 보여주며(아이가 읽으며 "맞아, 나도 그랬어. 파란색 고르니까 머슴애 같다고 분홍색 고르라고 그랬어." 할 때 마음이 좀 아팠다는) 아이의 선택과 자기주장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공감해 준다.
아이가 지금처럼 앞으로도 다양성을 받아들이며 자랐으면 좋겠다. 그런 과정에 이런 유익한 도서가 꾸준히 벗이 되어 주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