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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나잇, 플래닛 ㅣ I LOVE 그림책
리니에르스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나의 아이는 본인이 잠들면 낮에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들이 그들만의 세상을 펼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의 영향 때문인 것 같은데, 아닌 것 같으면서도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눈치다. 자러 들어가기 전에 레고들을 침대에 똑바로 눕히며 돌아다니지 말라고 말하는 경우가 간혹 있기 때문이다.
이 책도 그런 이야기이다. 소녀가 잠들면 하루 종일 소녀와 함께 했던 인형 플래닛은 자기만의 삶을 꾸리러 일어난다. 강아지와 친구가 되어 어울리고, 쿠키를 꺼내 먹는다. 생쥐를 만나 세상에서 가장 큰 쿠키를 보러 나무 위로 힘차게 뛰어오른다(혹은 던져진다.) 강아지, 생쥐와 모험 아닌 모험을 끝내면 다시 잠자리로 돌아와 인형 플래닛으로 돌아간다. 이야기 자체만 놓고 보면 크게 특이하지도 특별하지도 않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끼는데 그 이유는 플래닛이 던지는 말들 때문일 것이다. 무서울 땐 무서움을 인정하고, 친구의 조금은 격한 장난에도 즐거웠다며 친구를 토닥이는 그런 따뜻한 캐릭터이기 때문일 것이다. 쿠키 한 조각도 나누어 먹고, 모두가 하나의 우주임을 받아들이는 세상 작은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이 책을 좋아했다. 자기도 책을 만들겠다며 비슷한 그림과 제목을 붙이기까지 했다. 어찌 보면 우리의 삶을 따뜻하고 풍요롭게 하는 건 슈퍼 영웅 히어로가 아니라, 나와 비슷한 혹은 나보다 작거나 약하지만 순수하면서도 중심을 잘 잡고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가 눈을 감으면 펼쳐지는 신비하고도 정감 가는 세상이 그림책을 통해 우리의 낮 동안에도 이어지길 바라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