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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를 들려줘! ㅣ 콩닥콩닥 13
피터 H. 레이놀즈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20년 10월
평점 :

처음 제목만 보았을 땐 자신의 생각을 말로 조리 있게 표현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읽어보니 내가 예상한 것과 조금 달랐다. '표현'의 범주를 내가 '말'에만 한정 지었다면 작가는 '모든 행동'으로 확장시켰다. 가만히 옆에 있어주는 것도 나의 마음을 표현하는 목소리가 되고, 그림을 그리는 것도, 씨앗을 심고 정성껏 키우는 것도, 한 편의 시를 만드는 것도 모두 나의 목소리를 세상에 들려주는 방법이 된다. 들어주는 이가 없는 것 같은 순간에도 나의 마음을, 나의 목소리를 드러내다 보면 그 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존재가 옆에 다가오게 된다는 점도 어찌나 따뜻하게 다가오던지.
요즘 아이가 유치원에서 친구들이 자기가 있는대도 없는 것처럼 행동해 속상하다고 한 적이 있다. 이 책에도 그런 상황이 등장한다. 세 명이 있는데 두 명이서만 대화를 나누는 그런 상황. 그런 상황에서는 "너희가 날 보이지 않는 아이처럼 대해서 너무 속상해."라고 목소리를 내라고 한다. 친구들이 마음을 알 수 있도록 말이다.
말을 한다는 건,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한다는 건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말을 들을 상대방도 배려 및 고려해야 하고 말을 내뱉는 상황의 적절함도 고려해야 한다. 이것저것 따질 것이 많다 보니 그 순간에 적절히 표현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저런 경우 돌아서서 후회하는 경우 또한 빈번할 것이고. 이 책을 읽으면 당장 내일부터 말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혹은 표현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내 감정과 마음이 잘못된 것이 아니고, 충분히 표현할 가치가 있다는 긍정의 신호를 느낄 수 있어 마음이 든든해진다.
긍정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감이 생긴다. 하지만 그 감정이나 느낌이 오래 지속되는 건 아니다. 점점 빠져나가듯이 옅어지는데, 이 얇다면 얇은 책이 그 기운을 지속적으로 충전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무언가 자신감이 없는 것 같을 때, 내가 옳은 건지 잘 모르겠을 때, 감정이 복잡할 때, 그런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혼란스러울 때 읽으면 따뜻하게 나를 긍정해 주는 기분에 마음이 충만해질 그런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