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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수영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31
하수정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6월
평점 :

표지만 보면 '여름 책' 그 자체다. 푸르른 물속, 수영하는 혹은 떠다니는 두 여자. 보자마자 수영을 좋아하는, 그래서 여름을 좋아하는 딸아이가 무조건 좋아하겠다고 여겼다. 하지만 책은 단순히 여름, 바다, 수영, 수영장 이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수영을 빗댄 인생 전반에 대한 이야기랄까. 엄마와 딸이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을 그런 그림책이었다. 딸아이보다 내가 더 반했버렸다. (표지의 제목도 흔들리는 느낌을 주어 글씨가 물속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어쩌면 우리 인생도 그렇게 물속에 떠다는 무엇처럼 흘러가는 게 아닐까.)
물속에 들어가 본 사람이라면(그렇기에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그 안에 있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처음엔 무섭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지만 곧 그 적막과 고요함에 익숙해지고 나면 편안함이 느껴진다. 물아일체라고 해야 할까. 물과 내가 하나가 된 듯한 그런 느낌에 둥둥 떠다니다 보면 세상 모든 걱정근심 잊히고 행복감이 차오른다. 엄마와 딸 사이도 그렇지 않을까? 서로 적응하며 자라고 늙으면서 처음엔 서로가 낯선 존재이기도 하고 잘 모르기에 무섭거나 두려운 존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서로에게 익숙해져 편안함을 느끼고 서로의 길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이가 된다. 물아일체처럼 딸과 엄마는 어쩌면 한 몸일지도 모른다. 딸의 다른 이름은 또 다른 내가 되곤 하니. 작가님도 그걸 느끼고 표현하고 싶었나 보다. 수영에 빗대어 엄마와 딸의 관계를 적절하게 드러내셨다. 딸아이가 어려울 땐 엄마가 곁에 나란히 있어주고, 엄마의 새 출발엔 딸이 곁에 나란히 있어준다. 서로가 서로에게 나란히 있어주며 힘이 되어 준다. 같이 수영을 하며 인생의 조언도 나눈다.

전체적으로 파란 그림들 속에 길지 않은 문장들임에도 읽으면 다시 한번 읽게 되고, 곱씹어 읽게 된다. 딸아이가 지금보다 더 자라면 나와의 거리는 조금 더 멀어지겠지. 그때의 내가 책 속의 엄마처럼 때로는 곁에서 때로는 큰 존재로 인생을 함께 살아나가는 존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시원함을 기대하고 펼쳤다가 따뜻함을 느낀 반전 있는 그림책! 딸이 있는 엄마라면, 읽어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