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 소동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66
김지안 지음 / 시공주니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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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도서는 출판사만으로 그 가치가 증명되는 경우가 있다. 이게 옳다거나 좋다고만은 생각하지 않는다. 유아책을 주류로 출판하지 않는 출판사에서도 좋은 그림책은 나올 수 있고, 그것이 어쩌면 더 반가운 일일지도. 하지만 너무나 광범위한 유아 도서 시장에서 아이에게 양질의 도서를 선택하기 곤란하고 어려운 엄마들에게 몇몇 출판사가 나침판의 자침 마냥 기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시공주니어가 나에겐 그런 출판사 중 하나다. 작가가 낯설어도, 내용을 몰라도, 그래도 실패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주는 출판사. 아마 많은 엄마들이 그럴 것이다. 그만큼 좋은 책을 다양하게 제작하고 출판해 준다는 의미일 테고.

 

 

이번에 시공주니어에서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66번이 나왔다. 우선 이 책은 그림부터가 정말 귀엽다. 표지 자체가 세탁기다. 세탁기 안에 세탁소가 들어있네? 몽글몽글 비누거품도 보인다. 작가님의 센스가 표지에서부터 묻어난다는 인상을 받았다. 간혹 그림책 중엔 화려하고 강렬하다 못해 정신없는 표지들도 많은데, 간략하면서도 책의 주제와 특징을 깔끔하게 표현하고 있다. 등장인물인 생쥐 또한 예술이다. 표정이나 액션이 다양하거나 크지 않음에도 감정이나 상황을 잘 전달한다. 그림이 귀여우면서도 영리하다고 해야 할까. 표현이 과하지 않지만 전달력이 좋아 더 발랄하고 기발하게, 참신하게 느껴진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곰이 어느 날 옆집 생쥐에게 세탁소를 잠시 맡기게 된다. (곰에게 중요한 일이 생겼기 때문인데, 그 일 자체도 정말 귀엽다.) 곰은 손님이 별로 없을 거라고, 지나가는 친구들 뿐일 거라고, 생쥐는 별일 없을 거라고, 소파에 누워 편하게 쉬고 있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여기에 이 책의 재미가 숨어있다. 그림과 전혀 다른, 상황과 전혀 다른 곰의 내레이션. 소파에 앉을 자리도 없을 만큼 많은 손님이 왔고, 생쥐는 맡은 바 본인의 일을 해내려고 동분서주하지만, 곰은 아닐 거라고 멘트를 넣는 식이다. 그림과 다른 내용의 멘트는 사건에 틈을 만들어 주고, 그 간격 안에서 아이는 깔깔 웃음을 터트리고 만다. '아니잖아, 뭐라고? 생쥐는 지금쯤 소파에 누워 편하게 쉬고 있을 거라고? 아니잖아. 깔깔깔.'

 

세탁소 일에 익숙하지 않은 생쥐는 나름의 최선을 다하지만, 결국 실수를 하고 만다. 이 실수 또한 아름답게 승화된다. 생쥐의 능력 덕분에. 생쥐의 이 능력 또한 책 속에서 처음부터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이 역시 작가님의 꼼꼼함과 세심함이 녹아 있는 부분이다. (소파 옆 생쥐의 가방을 자세히 보시라!)

 

 

이 책의 제목을 다시 한번 보자! 세탁 소동. (제목도 군더더기 없이 간결해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쏙 든다.) 제목 그대로 '소동'이다. 하나의 해프닝. 일상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가벼운 사건. 크거나 특별할 거 없는 작은 사건이지만 그 안에 놓인 인물(생쥐)와 그 바깥에 있는 인물()의 입장을 교묘하게 교차시켜 보여줌으로써 발생하는 재미에, 귀여우면서도 간결한 그림으로 보는 내내 즐겁고 기분 좋았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님과 출판사의 세심함이 곳곳에 묻어 있고(간지만 봐도, 거품 방울이라니!) 나와 아이는 작가님만 믿고 따라가며 즐거운 독서를 했다고 하면 표현이 될까

 

읽으면서 유쾌한 책은 책 읽으라는 엄마의 잔소리 없이도 아이가 다시 집어 들게 된다. 뭔가를 억지로 가르치려고도, 어떤 교훈을 주입하려고도 하지 않는 그런 편안하면서도 즐거운 그림책 덕분에 독서가 즐겁고 다시 해 볼 만한 것이 되리라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세탁 소동같은 이런 책을 아이 주위에 많이 쌓아놓아야 한다는 것도. 유쾌한 그림책,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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