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 미세먼지, 2019년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 청년작가상 수상작 수피아 그림책 1
김고은 지음, 최지현 그림 / 수피아어린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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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 미래에는 차들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줄이 없는 전화기를 들고 다니고, 물도 사서 마실 거라는 공상에 잠시 어이없어했더랬다. 어이없었던 미래의 상상 중 일부는 현실이 되었다. 휴대폰은 통화뿐만 아니라 길도 알려주고 날씨도 알려주는 만능이 되었고, 물도 사 먹게 있다. 과거 너무나도 당연하게 얻을 수 있었던 물을 사 먹는 지금, 먼 훗날엔 공기도 사서 숨 쉬는 거 아닐까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라떼는 말이야' 싶지만 내가 어렸을 땐 '미세먼지'라는 표현조차 없었다. 먼지는 그냥 먼지였다. 내가 조심해야 할 먼지는 자동차 매연가스 정도? 누구의 눈에도 확실하게 보이는 뿌연 먼지만 조심하면 됐었다. 하지만 지금은 먼지가 그냥 먼지가 아니다. 미세먼지다. 거기에 나아가 초미세먼지다. 하지만 내 아이에게 미세먼지는 일상이다. 나에겐 존재하지도 않던 개념이었는데 지금은 현실이고, 매일 마주하는 일상이 되었다. 매년 특히 봄엔 유치원에 등원하기 전 마무리 준비가 바로 미세먼지 체크였다. 미세먼지가 나쁨이면 황사마스크를 착용했고, 보통이더라도 유치원 가방에 비상용으로 하나씩 가지고 다녔다. 집에 생수가 떨어지지 않게 준비하는 것처럼 각자의 황사마스크가 떨어지지 않게 챙겨 놓는 게 익숙한 일과가 되었다. 그나마 실내에는 공기청정기가 있으니 실내에선 마스크를 벗을 수 있었는데, 올해 코로나가 유행하며 이제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이러다 마스크가 얼굴의 일부가 되어 붙어버리는 건 아닌지 싶은 공포스러움을 느낄 때가 있을 정도로, 일상생활 대부분을 마스크를 착용하고 생활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미세먼지를 주제로 한 그림책을 만나는 건 반가움 그 자체였다. 왜 미세먼지를 다룬 그림책을 그동안 못 본 거지 싶었을 정도.

 

  

잠깐만 내가 후 불어 줄게! 표지만 보고 주인공이 미세먼지를 불어서 없애주는 내용이라 짐작했다. 주인공 '다슬'이도 나의 아이와 처지가 비슷하다. 나가기 전 엄마의 핸드폰으로 미세먼지를 확인하고, 나쁨이라 마스크를 쓰고 등원한다. 등원 후에도 바깥 활동은 하지 못한다. 다슬이는 미세먼지가 빨리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개미와 참개에게 여러 부탁을 하고, 결국 맑은 하늘을 보게 된다. 미세먼지를 무찌르는 방법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이라 신선했다.

 

등원하는 길에 발견한 민들레 꽃씨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목과도 연관되어 있는 소재라고 생각한다. 민들레 꽃씨도 '' 불어야 하니까. 미세먼지 대신 하늘에서 내릴 꽃비의 근원이기도 하니까.

 

책의 마지막은 환경부에서 알려주는 미세먼지 많은 날 7가지 행동 방법이다. 자주 접한 내용이지만 마무리에 정리할 수 있어 유용했다. 더불에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아이의 입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행동 수칙이나 방법들도 첨부되어 있으면 좋았겠단 생각도 들었다.

 

지난 주말 사람 없는 한산한 시간에 동네 공원에 간 적이 있다. 민들레 꽃씨를 발견한 나의 아이도 다가가 '' 불었다. 하지만 민들레 꽃씨는 하나도 날아가지 않았다. 내 아이의 입엔 마스크가 채워져 있었기 때문에. 마스크를 손으로 조심스레 내리고 후 부니 꽃씨들이 바람을 타고 날아갔다. 모두의 건강을 위해, 나 자신의 건강을 위해 꼭 챙겨야 할 마스크이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미세먼지 없는 하늘을, 바이러스 없는 안전한 세상에서 자유롭게 흩날리는 민들레 꽃씨처럼 나도 아이도 자유롭게 숨 쉬고 뛰어다니고 싶었다. 제목처럼 '잠시 후' 미세먼지가 사라지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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