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유치원_안녕달

당근 유치원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0년 5월

창비 블로그에서 응모한 이벤트에 당첨되어 안녕달 작가님의 신간을 가제본으로 먼저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야호!

내가 좋아해서 아이에게 추천하는 작가님이 있고, 아이가 좋아해서 나한테 읽고 싶으니 사달라거나 빌려달라고 요청하는 작가님이 있다. 나와 아이 모두 좋아해서 신간이 나오면 '이거 어때?', '새 책 나왔다!', '보자 보자!' 하는 작가님이 있다. 안녕달 작가님은 나와 아이 모두 좋아하는, 애정 하는 작가님 중 한 분. 「수박 수영장」, 「할머니의 여름휴가」, 「왜냐면」,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쓰레기통 요정」, 「메리」 등 여러 권의 주옥같은 작품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으뜸은 이 책이지!'라고 뽑기가 정말 어렵다. 모두 훌륭하고 따뜻한 작품들이다. 읽고 읽고 또 읽어도 재밌고 정감 가고 포근해진다. 정말 어느 하나를 고를 수가 없다. 하지만 '그중에 가장 귀여운 책은 이거야!'라고 뽑으라고 한다면, 이제 망설이지 않고 고를 수 있게 되었다. 바로 「당근 유치원」!

「당근 유치원」은 안녕달 님의 작품 중에서 가장 귀여운 작품이 아니다. 내가 지금까지 본 그림책 중에서 가장 귀여운 작품이다! 어떻게 이렇게 귀여울 수 있지? 아니 여기서 어떻게 더 귀여워질 수가 있는 거지? 하면서 넘기다 보면 마지막 페이지에 도착하는 그런 그림책. 진짜 귀여움이 이 세상 귀여움이 아니다. 우주 최강 귀여움. 가제본이라 그런지 사이즈까지 귀여웠다.

처음 유치원에 가는 아이의 마음은 뾰족뾰족하기만 하다. 이것도 마음에 안 들고, 저것도 재미없고. 그저 편안하고 안락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다. (처음 나는 빨강이가 화가 나고 불편해서 빨갛게 변해있는 건 줄 알았다.) 하지만 자신의 못난 작품도 멋있다고 칭찬해 주고, 똥도 흙이라고 믿어주는 선생님의 존재로 가기 싫던 유치원은 예쁜 옷을 골라 입고 가야 하는 곳으로 뒤바뀌고 만다.

있던 세계보다 조금 더 넓은 세계로 첫발을 내딛는 경험은 모두에게 있을 것이고, 그 첫발에 용기와 동기를 주는 빛나는 존재 또한 모두의 마음속에 존재할 것이다. 물론 당근 유치원의 곰 선생님처럼 귀여운 외모는 아닐지라도 말이다. 곰 선생님의 푸근한 모습만으로도 (아니, 표지의 저 상의가 저렇게 올라갈 일이냔 말이다. 배꼽이 나올 일이냐고! 너무 귀엽잖아.) 처음부터 끝까지 미소 짓게 하는 책. 그 안에 빨강이의 일방적이면서도 열정적인 애정공세에 또 한 번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는 책이다.

가제본은 발행되는 책과 일부 내용이나 그림이 다를 수 있다고 한다. 고로 나는 「당근 유치원」을 소장하기 위해 서점에 가야 할 듯하다.

"개 아주머니가 장난감 사줬으니까 나는 개 아주머니랑 결혼할 거야." 책을 읽고 툭하면 저렇게 내뱉는 나의 아이. "엄마가 「당근 유치원」 사줬으니까 나는 커서 엄마랑 결혼할 거야." 이러지는 않겠지? 재능 있는 작가님의 훌륭한 작품 덕분에 아이와 나의 공감대가 한 뼘 더 커진 것 같다. 따뜻하고 흐뭇하고 재미있고 귀엽고 귀엽고 귀엽고 귀엽고 귀엽고 귀여운 「당근 유치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