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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 육아 - 어느 조용하고 강한 내향적인 엄마의 육아 이야기
이연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3월
평점 :

살아가는 에너지를 어디서 얻느냐에 따라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으로 구분된다고 한다. 내적인 부분 즉 혼자만의 시간이나 자기만의 공간에서 힘을 얻는 사람들은 내향적인 사람, 바깥에서 다시 말해 타인과의 만남이나 새로운 경험을 통해 힘을 얻는 사람들은 외향적인 사람으로.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나는 나 자신이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 책이 눈에 밟혔다. 사람들을 만나서 웃고 떠드는 시간도 즐겁지만, 결국은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한 건 내가 내향적인 인간이라 그런 것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내가 내향적인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아니, 이 세상의 사람을 저렇게 두 부류로 나누는 게 가능할까 싶기도 하다. 아무리 내향적이라고 해도 외부와의 간격을 적당히 유지시켜야 삶이 윤택해질 테고, 아무리 외향적인 사람이라도 어느 순간은 자기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될 테니 말이다. 책에 쓰여있듯 모든 아이가 다르듯 모든 사람이 다르고, 모든 엄마가 다 다른 것이다! 이것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엄마들의 여러 노하우, 경험을 듣고 읽으며 도움을 받고 그로 인해 조금 더 나은 육아를 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은 다 '나'에게 달린 것이다. 내 안을 들여다보는 나, 아이를 들여다보는 나에게 달린 것. 다르기에 똑같지 않음을 자책하며 괴로워하지 않는 것. 휩쓸려 불필요한 것들을 쫓아 초조하고 불안해하지 않는 것 말이다. '내 육아'는 나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며 많이 반성하게 됐다. 아이가 읽기 독립이 된 후로 읽어달라고 책을 들고 올 때면 엄마는 엄마 책 읽고 싶으니 네가 그냥 읽으며 안 되냐며 귀찮아했던 것. 주방 일을 할 때면 궁금해서인지 같이 하고 싶어서인지 근처에 맴돌았는데, 칼도 위험하고 불도 위험하니 거실로 내쫓듯이 가라고 했던 것. 이건 뭐야 저건 뭐야 호기심에 반짝이며 묻는데 찬물 끼얹듯 무기력하게 모르겠다고 한 것. 작은 실수나 실패도 기다려주지 못하고 나서서 해치우고 해결했던 것. 글로 나열하니 정말 이렇게 못난 엄마한테서 이렇게나마 커 준 딸이 기특하고, 미안해진다. 일상의 사소한 것들처럼 보이지만 이런 사소함을 대하는 태도에서 많은 것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최선을 다했고 나는 그러지 못했기에 아쉬움이 남는 걸 테다. 그럼에도 육아는 작심삼일이라는 작가님의 말처럼, 다시 한번 힘을 내봐야지. 책을 읽고 알게 됐으니, 깨달았으니 이제 내 육아에 적용시켜 볼 차례다. 좀 더 세심하게 아이의 마음을 살피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찾아내고, 그럼에도 평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임할 것! 쉽지 않을 테지만 그렇다고 지레 포기하면 안 되는 것이니 마음을 가다듬고 행해 보려고 한다. 무리하지 않고 내 마음이 편안한 방향으로 말이다.
책은 저자답게, 소자의 색깔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하다. 소박하고 단정하고 정갈하다. 제목도 표지도 깔끔, 따뜻. 저자의 내향성은 타자의 기호나 마음을 섬세하게 읽어내는 장점으로 드러난다. 본인과 본인의 취향에 대한 믿음은 그대로 아이에게 이어졌다. 일상의 여러 풍경들을 아름답게 바라볼 줄 아는 힘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아이의 에너지에 기진맥진 한 것처럼 표현되어 있어도 그 안에 작가님이 얼마나 최선을 다했고, 고군분투했는지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럼에도 다시 털고 일어나고 웃어 보이는 모습까지도. 든든한 랜선 육아 동지가 생긴 듯한 기분이다. 물론 작가님은 범접할 수 없는 고수시지만 말이다.
결국 자신의 본질에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오랫동안 생각한 사람이 더 풍족한 삶을 살아낸다. 외부의 강요와 압력이 아닌 자신의 관심과 즐거움에서 폭발하는 걸 당해낼 재간은 없다. 작가님의 글 폭발도, 아이의 과학 폭발도 다 같은 맥락이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 내 아이가 좋아하는 것, 나와 아이를 움직일 수 있는 내적 동기를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시각으로 찾아봐야겠다. 그럴 가치가 충분하다. 자기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그런 사람으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말이다. 작가님의 글로 내 육아가 한 뼘 자라났길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