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미에 손을 넣으면 - 제11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사계절 1318 문고 149
김나은 외 지음 / 사계절 / 202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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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사계절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아가미에 손을 넣으면>은 총 5개의 단편 SF 소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표지부터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청소년 독자를 사로잡을 감성과 상상력이 돋보입니다.




1. 아가미에 손을 넣으면 (김나은)


- 내가 사는 행성, 케토라에서는 서로의 아가미에 손을 넣으며 호흡을 느끼는 게 자연스러운 애정 표현이었다. (14p)


- 나는 깜짝 놀랐다. 생전 처음 만난 외계인에게 아름답다니. 하지만 정말 아름다웠다. 오히려 말하고 나니 내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일이 무척 아름답다는 게 확실해졌다. (17p)


이 소설에서는 '케토라'라는 물로 이루어진 행성과 그 행성에 사는 외계인이 등장합니다.

언어도 외형도 다른 존재들이 초음파와 손짓을 통해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아가미에 손을 넣는 행위, 손을 맞잡는 행위 등 서로에게 전하는 따뜻한 환대와 섬세한 감정이 핵심 테마입니다. 

이는 단순한 SF 판타지를 넘어, 상대방의 방식에 맞춰 다가가는 공감과 포용의 태도를 상징합니다.


개인적으로 케토라인인 화자가 감정을 처음 느끼고, 이 감정이 무엇인지 깨달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으며 외계인과의 만남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음이 인상깊었습니다.



2. 나란한 그림자 (김나은)


- "그 사람들은 내가 이상하다고 해. 원래의 나로 돌아가야 한다고 하고." (51p)


- "내가, 함부로 생각했어. 너는 그냥 너인데, 내가 아는 너로 바꾸려고 했어." (56p)


어느 날 갑자기, 죽은 사람들이 저승에서 돌아오는 이야기.

이 갑작스러운 죽은 이의 등장으로 혼란스러운 주변인들과 당사자들의 성장 이야기입니다.

SF라는 장르적 장치를 통하여 '정체성'이라는 묵직한 주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소설입니다.



3. 몽유 (박선혜)


- <우리에게는 '꿈'을 꿀 자유가 있다.> 피켓을 흔들면서 자랑스럽다는 듯 웃었다.

  (중략)

  "그거 알아? 꿈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잖아. 잘 때 꾸는 거랑 미래에 이루고 싶은 거.

  그런데 이건 모든 나라 언어가 다 그렇대. 한 단어에 두 가지 의미가 있는 거 말이야.

  영어의 드림(Dream)도 잠잘 때 꿈, 미래의 꿈, 이렇게 두 개인 것처럼!" (77p)


로봇과 뇌를 연결시켜, 대부분의 노동을 로봇이 대신해주는 미래를 다룹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부작용이 나타나고, 이로 인해 사람들은 꿈을 빼앗기게 됩니다.

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와 돌봄 로봇과 살고 있는 주인공 또한 부작용을 두려워하며,

그리고 죄책감을 동시에 느끼며 괴로운 삶을 살아갑니다.


미래에 있을 법한 내용을 다룬 소설로 기술과 윤리에 대한 다양한 관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4. 고백 시나리오 (은숲)


- 고백봇은 직접 들었겠지, 하는 생각이 들자 은근히 부아가 났다. (108p)

- "고백만 로봇이 했지. 나머지는 다 나였거든. 지금도 나야!" (114p)


로봇이 많은 것들을 대신해주는 시대. 그렇다면 로봇이 사람의 진심도 전해줄 수 있을까요?

사람이 직접 했더라면 망설임과 부끄러움에 차마 완성하지 못했을 고백을,

고백봇이라는 로봇은 완벽하게 해냅니다. 고백봇을 통해 완성한 고백은 진정한 고백일까요?

계속하여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5. 플루토 (김해낭)


잊힌 존재에 대한 경의, 그 너머의 연결.

<플루토>는 더 이상 행성이 아닌 명왕성(Pluto)에 대한 은유를 통해,
소외된 존재들, 무시당한 진실, 작은 것들의 의미를 복원합니다.
우주과학을 배경으로 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인간입니다.
작은 천체처럼 보잘것없는 존재들이 만나서 서로를 발견하고 이해하는 여정은
읽는 이에게 ‘연결’과 ‘존재의 가치’를 되묻습니다.
청소년 독자에게는 자신이 작다고 느껴질 때 힘을 주고,
어른 독자에게는 잊고 있던 연대의 감각을 일깨워줍니다.


* 총평

흥미로운 소재와 전개로 빠른 시간에 훅훅 읽은 책입니다.

SF 장르이기 때문에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었으며,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따뜻했기에 저도 읽으면서 몽글몽글해지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

이 책을 청소년과 SF 소설 초심자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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