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 뻐끔거리는 단어들 VivaVivo (비바비보) 36
샤론 M. 드레이퍼 지음, 최제니 옮김 / 뜨인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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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것. 장애인들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저 사람들은 술에 취한 일반인일 뿐이다라고.

보통 술에 취한 사람들은 자신이 취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말은 맞을 것이다. 생각하는데 있어 어떠한 장애도 없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말을 제대로 못하고, 자신이 짚고 싶은 것이 있는데 제대로 짚어지지 않는다. 술에 완전히 취해 넉다운 된 사람의 경우를 보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 사람들을 대게 보면 침을 흘리거나 완전히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그들의 어떠한 움직임도 그를 도우려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방해하고 행패를 부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 장애인들은 술애 취해 있는 사람일 뿐이다. 다만, 이들은 자발적으로 이렇게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똑같은 사람일뿐인데 어떠한 이유 때문에 어떤 부분의 발달이 가로막혀 있을 뿐이다.

멜로디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말도 제대로 할 수 없고, 몸도 제대로 가눌 수 없다. 하지만 멜로디에게는 한 가지 재능이 있다. 수백만 개의 단어를 기억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멜로디는 그녀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뇌성마비라는 벽에 가로막혀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책에서는 뇌성마비 장애인인 멜로디가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1인칭 시점으로 자신들이 겪는 일상을 말해주고 있다. 자신의 신체적 한계에 갇힌 멜로디를 볼 때마다 나는 왠지 모르게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운전자가 생각이 났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이해하고, 무엇이 문제인지도 충분히 아는 대도 불구하고 하드웨어인 자신의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멜로디의 심정이 글에서는 절절히 배어있다. 우리가 누군가의 몸 안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될 수는 없지만, 멜로디의 이야기를 통해 뇌성마비 장애인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함에 대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다.

이 책은 해피엔딩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베드엔딩이라고 할 것도 아닌 것 같다. 어쩌면 장애아동을 키우는 사람들이면 모두다 공감할만한 그런 엔딩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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