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고쳐서 산다 - 후회하며 살 수는 없으니까
강지훈 외 지음 / 헤이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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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꼰대라고나 할까?

 

노트를 열어봐요!” 중학교 시절, 과학 선생님의 수업은 언제나 이 말과 함께 시작했다. 이후 그는 어떠한 말도 없이 자신이 정리해놓은 과학 노트에 있는 내용을 칠판에 적은 뒤, 나와 친구들에게 적게 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다시 칠판에 적어 놓은 것을 하나하나씩 읽어 나갔다. 나 그리고 나의 친구들이 이 수업에서 배울 수 있는 내용은 그렇게 교과서의 내용을 간추린 필기의 내용이 전부였다. 과학이라는 학문은 끊임없이 탐구하는 길로 학생들을 이끌고, 그 호기심을 과학선생이라는 자는 계속 공급해주어야 하는데, 그의 수업에서는 이런 중요한 것들을 빠져 있었다.

그래도 과학 선생이 수업 시간에 입을 아이에 다물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자신이 ROTC라는 제도를 통해 군대에 갔다는 것, 자신의 눈 한쪽이 어쩌다가 삐꾸가 됐는지 등. 수업시간의 반은 그가 칠판에 필기를 하고, 학생들이 따라 적고, 그가 필기한 것을 그대로 읽어주는 것으로 보냈다면, 나머지 반은 그의 인생과 관련된 신변잡기의 내용들이 차지했다. 하지만 중학생이었기 때문이었을까. 그의 ROTC가 무엇인지, 탱자 나무가 무엇인지, 대학이라는 곳은 어떤 곳인지를 모르는 학생들에게 과학 선생님의 말 한마디 한 마디는 마치 인생의 공부처럼 와 닿았다.

지금 생각해봐도 과학 선생은 꼰대였다. 그것도 아주 한심한 꼰대였던 것 같다. 그는 실력도 형편없었고, 그저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학생들에게 이야기 해주고 수업과 관련된 사무를 부분적으로 처리하는 것만으로 공무원 월급을 받고 연금을 받아 먹는, 학생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선생이었다. 그리고 쉬는 시간이 학생들에게 자신이 ROTC였을 때, 배운 것들을 가르쳐 준다면서 좌향 좌, 우향 우를 가르쳐 주는 등.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인네의 끝판왕을 보여 주었다.

사회에 진출한 뒤에도 그와 그렇게 다른 사람을 만난 것 같지는 않다. 모두 자기가 잠깐 동안 쌓아왔던 실력으로 평생을 벌어 먹고 사는 사람들 투성이라고 생각할까.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놈이 많은 것이다라고 이야기 했던 허경영이 했던 말은 정말 틀리지 않은 것 이었다(물론, 그 또한 하는 짓 보면 그 많은 도둑놈들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말이다). 나 또한 one of them이 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것 같지만 솔직히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하지만 내 주변에서는 이와 같은 꼰대들 외에는 그렇게 내놓으라고 할 만한 멘토가 없다.

<인생, 고쳐서 산다>를 쓴 작가들은 어쩌면 우리 주변에는 흔히 있을지 모를 꼰대들이다. 어쩌면 이들 또한 이들의 직장 안에서는 다들 꼰대라고 생각하며 피할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이들이 쓴 이전까지의 책을 보니 그렇게 베스트셀러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학술적으로 의미가 깊은 것 또한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약간의 힐링을 얻고 용기를 얻었다고나 할까. 주변에서 흔치 않는 계속해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으며, 나 또한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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