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은 시간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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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단편 소설 '맡겨진 소녀'를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클레이 키건 작가가 여자라는 걸 이 책에서야 인지했다. 그리고 책의 내용을 읽고 나선 아, 여자라서 그 미묘하고 분명한 남녀 관계의 뒤틀린 느낌을 가진 소설을 쓸 수 있었겠구나, 라는 걸 느꼈다.

약 1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한 편의 소설이라고 해도 될 만큼의 짧은 길이인데 세 편의 단편이 있다. 그럼에도 생각을 해보게 하는 이야기.

#너무늦은시간

카헐은 깨닫기나 할까. 너무 늦었다는 걸. 사빈이 무슨 일이든 절반은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한다고 생각하고,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귀담아 듣지 않았고, 아버지의 장난이 별 의미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격렬한 분노만이 카헐에게 남아 있다면, 너무 늦은 것이 아니라 영원히 늦는다는 걸.

#길고고통스러운죽음

그는 불청객이다. 그러나 본인이 불청객라는 사실을 자신은 모른다. 불청객에게 친절을 베푸는 그녀에게 그는 불청객답게 쉰소리나 지껄인다. 마치 자기 자신만 지식인인 것처럼. 그녀는 하인리히 뵐의 집에 머무르며 글을 썼다. 남자들을 향해. 글로써 마음을 대신했다. 그녀의 소설은...

#남극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던 여자가 왜 다른 남자가 궁금했나. 다정하게 다가온다는 이유로 그놈을 아무 의심없이 따라갈 수 있다니. "지금까지 알았던 남자들 중에서 가장 위협적이지 않다고" 생각한 어리석은 여자에 대한 이야기는 한 편의 로맨스가 스릴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녀가 호텔에서 체크 아웃을 한 것을 체크하고, 창문을 열어 냉기가 집으로 들어와 알몸인 그녀가 무감각해지는, 아래층에 귀 먹은 할머니가 산다는 것까지 완벽한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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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면 있었던 ''우리가 아는 것, 항상 알았던 것, 피할 수 없지만 받아들일 수도 없는 것" 이라는 필립 라킨의 글이 다 읽고 나니 새삼 와닿는다. 단편인데 읽은 후에 찾아오는 긴 호흡(휴...)과 약간의 거슬림은 그녀들을 이해하는 마음일까.

#너무늦은시간 #클레이키건 #다산북스 #단편소설



*출판사에서 도서와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 받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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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들의 도시
김주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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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나는 내 인간성을 예술에 쏟아붓는 일에 익숙했다. 그래야만 예술이 진정으로 존재하게 되기 때문이다.ㆍㆍㆍ 진정한 예술이라면 그 예술이 내 안에 들어와 영원히 내 일부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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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식민지 시대에 대한민국의 독립운동과 그 역사 속에서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인권, 사랑의 한국적 대서사시로 만났던 김주혜 작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 그리고 이번에 다시 만난 작가의 이 책은 발레라는 예술과 그 안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사랑과 욕망의 불꽃이었다.

밤새와 몽상가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와 파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무용수들의 엇갈린 사랑과 욕망의 이야기. 발레리나로 비상하던 나탈리아는 어느날 큰 사고로 부상을 당하고 자신의 전부였던 발레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사고 이후 부상과 우울증으로 약과 술에 의지하며 지내던 나탈리아에게 지젤을 제안하며 다시 발레리나로 서길 바라는 드미트리. 둘의 재회는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데...

나탈리아는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결핍과 상실의 큰 구멍을 발레라는 예술로 채워나갔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그녀에겐 발레가 전부였다. 그녀와 함께 했던 친구들과의 우정도 세료자, 사샤와의 사랑도 그녀를 성장하게 했다. 그런데 발레와 인생을 함께 하던 나타샤에게 사샤와 드미트리의 배신은 모든 걸 잃게 만들었다. 나탈리아는 과연 지젤로 다시 도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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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만나는 클래식의 예술 작품이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책을 펼치자마자 만나는 스타바트 마테르도 반가웠고 카르멘의 하바네라, 그리고 니진스키까지 음악과 작품을 찾아보게 만들었다. 소련 록의 전설인 한국계 록그룹 보컬리스트인 빅토르 초이에 대한 언급도 좋았고ㅎ.

나탈리아의 사랑과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삶은 책에 나온 이 문장으로 대신해도 될 것 같다.

"Ars longa, vita brevis."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밤새들의도시 #다산북스 #김주혜장편소설

*출판사에서 도서와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 받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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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의 보름
R. C. 셰리프 지음, 백지민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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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 출간되어 복간과 절판이 거듭했던 책이 바로 '구월의 보름'. 90년 만에 다시 펼쳐진 책이라고 한다. 작가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경험으로 글을 썼는데 이 책은 참호의 소년들이 간절히 돌아가고 싶어 했던 그곳에 대해 쓴 이야기.

스티븐스네는 이십 년간 매년 구월이 되면 보름동안 보그너로 휴가를 간다. 신혼여행 이후로 쭉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더우나 추우나 언제나 보그너의 시뷰로 향한다. 휴가지를 바꿀까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시뷰에서 보낸 추억들이 다시금 그곳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기차를 타러 가는 동안 일어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바보같은 걱정꺼리나 출발해서 도착할 때까지 창밖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 같은 곳으로 휴가를 떠날때마다 생겼던 일들에 대한 일 등 아주 사소한 이야기까지 특별해 보이는 소설이다. 아마도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함이 우리의 삶을 보여주고 있어서 더 빛나보이는 걸까.

매해 같은 공간으로 떠나는 휴가. 처음엔 해마다 같은 곳에서 보내는 휴가란 재미가 없겠다 싶었지만 세월이 지나고 그토록 오랫동안 방문한 곳이라면 쌓이고 쌓인 그곳만의 추억을 기억하고 싶어서라도 이젠 다른 곳으로는 떠나지 못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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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휴가때 마다 방문하던 그곳은 낡아져가만 갔다. 하지만 시뷰의 주인인 허깃부인은 해마다 무언가로 조금이라도 새로운 느낌을 주고자 노력했다. 이번엔 화려한 색의 카펫이었다. 낡고 바랜 그곳의 화려한 카펫이 도드라져 촌스러움을 부각시키고 있었지만 주위의 매력적인 숙소와 비교하며 이곳을 유지하려는 허깃부인의 노력을 알기에 가족은 또 다시 그곳에서의 다음 휴가를 기대한다.

한 가족이 휴가를 떠나서 즐기는 평범한 일상. 큰 사건 하나없이 조용히 흘러가는 나날. 그런 모습들을 작가가 표현해내는 이 책의 이야기는 담백하다. 스티븐슨 가족의 일상에서 보이는 삶의 자세 또한 이웃에 대한 존중과 서로간의 신뢰를 보여준다. 주인공들이 마음 속의 품은 어느 정도의 불안은 누구라도 느낄 법한 것들이어서 더 친근하다. 그리고 불안을 표출하거나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오히려 우리에게 편안함을 불러온다.

'스토너'도 떠오르는 책이었다. 일상을 사는 우리에게 지루하기까지 한 평범한 생활의 특별함이 반짝거리는 소설이었다. 오히려 우리의 일상은 큰 사건없이 잔잔하게 흐르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고 있기에. 한 편으로는 올 해 여름 어디로 떠날 수 있을지 기대가 좀 되기도 하고 ⛱️🌊

작가는 "거창할 것 없는 사람들이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것에 대해 쓰고 싶었다"라는 말처럼 이 책의 반전이라면 어떤 반전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 반전없는 이야기도 이렇게 아름다울수 있구나!

#구월의보름 #다산북스 #장편소설추천

*출판사에서 도서와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 받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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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 나이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윤경 옮김 / 반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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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은 나오코 씨를 잭나이프처럼 생각하셨을지 모르지만, 그 사이에 장미에서 가시가 돋아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셨던 겁니다."




✨️ 히가시노 게이고의 오리지널 추리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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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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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계의 대가로 일컬어지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한다. 총 104권의 작품이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추리소설 중 그의 단편을 읽는 건 이번에 처음이다. 그의 책 중에서 <용의자 x의 헌신>과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단 두 권을 읽은 나에겐 104권의 책이라니, 그의 소설의 세계는 굉장하다라는 걸 다시 느끼는 순간이다. 아마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모두 읽는 팬들도 많을 듯. 나역시 두 권만으로도 팬이 되버렸으니까😍

이 책은 다섯 편의 단편 추리 소설을 담은 책으로 그의 저서 중 14번째로 출간되었던 소설이다. VIP만을 고객으로 하는 회원제의 전용 '탐정 클럽'으로 멤버들만의 사건 의뢰를 받는다. 그들은 경찰보다 빠르고 치밀하게 사건의 감추어진 비밀을 밝혀낸다.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끄집어내어 독자 스스로 마주하게 만든다.

단편임에도 전혀 허술하지가 않다. 소설 속 대화나 장소 어디에 사건의 실마리가 있을지, 트릭은 도대체 무얼지를, 살피며 책을 읽다가 탐정 클럽이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짜릿한 재미까지 느낄수가 있었다.



반전의 원조, 추리소설계의 바이블!!!
히가시노 게이고의 숨은 명작의 귀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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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편의 단편인 위장의 밤, 덫의 내부, 의로인의 딸, 탐정 활용법, 장미와 나이프는 모두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의 살인을 추리한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추악함은 과연 실제로도 그럴수 있을까 싶지만 이미 그보다 더한 잔인하고도 무서운 이야기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책을 읽으며 인간 욕망의 민낯을 마주하고 씁쓸해지는 건 작가의 촘촘한 스토리의 짜임새 덕분일 것이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하다. 그의 초기 작품인 이 소설을 40년 만의 복간으로 만날 수 있다니. 추리소설을 좋아하고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한다면 이 책은 무조건이다. 아직 그의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면 단편 소설의 이 책으로 먼저 읽어보기를 추천! 👍

#히가시노게이고 #장미와나이프 #소설추천
#책추천 #여름방학 #추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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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번 더 나은 실패를 한다 - 다자이 오사무의 이별계획 러너스북 Runner’s Book 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이영서 편역 / 고유명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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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아아, 인간의 생활이란 기뻐하고 분노하고 슬퍼하고 미워하는 다양한 감정들이 있지만, 그것은 삶의 1퍼센트를 차지할 뿐. 나머지 99퍼센트는 단지 기다림으로 사는 것은 아닐까요. 행복의 발소리가 복도에서 들려오기만을 이제나저제나 가슴 졸이며 기다리지만, 헛수고일 뿐."
ㅡ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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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우리의 정신을 건강하게 해주고 달리기는 우리의 신체를 건강하게 해준다는 모티브로, 러너스북 시리즈는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하는 우리에게 책을 통한 휴식을 제공하고자 나온 것. 이 책은 러너스북 트랙 3번째인 다자이 오사무의 문장들을 모은 것이다.

다자이 오사무는 짧은 생을 살다 허무하게 가버린 작가로 그의 글에는 유독 삶의 고통과 암울한 마음이 담겨져 있다. 전에 읽었전 인간실격 또한 그의 삶과 비슷한 사건들이 펼쳐지며 유약한 마음을 견디지 못하는 자조섞인 글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자신의 생을 끝내버린 것인가... 글에서도 흔들리는 마음과 불안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이 책은 다자이 오사무의 많은 작품 중에서도 이별과 사랑에 관한 기록을 선별하여 실은 책으로 그는 남자임에도 여성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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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은 순수한 사랑이다. 사람들에게 인정 받기 위한 사랑이 아니다. 그런 비천한 사랑이 아니다. 나는 영원히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겠지. 하지만 이 순수한 사랑의 탐욕 앞에서는 어떤 형벌도, 어떤 지옥불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나의 방식대로 살아갈 것이다.ㅡ유다의 고백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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