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아힘 마이어호프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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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이자 연출가의 유쾌하고 독특한 데뷔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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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의 꾸러미를 다시 하나하나 풀어 꺼내놓을 때, 겉으로 확실해 보이는 과거에 대한 믿음을 접고 과거를 혼돈으로 받아들이고 형상화하여 꾸미고 기념할 수 있을 때, 그리고 나의 죽은 이들이 모두 다시 살아나 친숙하면서도 내가 지금껏 인정한 것보다 더 낯설고 자율적인 존재가 될 때 비로소 나는 현재 삶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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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립 어린이청소년 정신병원의 시설 한 가운데에 소년의 집이 있다. 아버지는 그곳 병원의 의사이다. 소년의 주위에는 병원의 환자들이 있었고 소년과 환자들의 사이에 사건이 생겨났다. 무서워하며 도망가기 바빴던 종지기 남자와는 그의 어깨에 타고 돌아다닐 만큼의 사이가 되었고, 아버지의 마흔 번째 생일이 오자 어김없이 환자들을 초대하여 함께 시간을 보냈다. 평범하지 않은 사건이 일어났지만 소년과 가족에게는 또 해마다 일어나는 평범한 일이기도 했다.

제목과 정신병원이라는 단어 때문에 나는 책이 꽤 무겁고 슬프거나 마음 아픈 이야기가 담겨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신병원이라는 특수한 곳에서의 이야기이므로 밝은 느낌의 소설일 수는 없지만 책을 읽으며 의외의 독특한 쾌활함을 곳곳에서 발견했다.

아버지와 함께 숯가마를 만들고 거의 한 달에 걸쳐 숯이 성공적으로 잘 나왔을 때의 이야기는 읽고 있는 나마저 감격스러웠다. 여름이면 병원에서 축제가 열렸는데 환자들뿐 아니라 근처에 사는 주민들, 병원에 근무하는 청소부, 요리사, 정원사,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까지 여름 축제를 즐겼다. 축제를 하기 전 제작하고 준비하는 과정 그리고 북적거리며 축제를 하는 동안의 시끌시끌한 그 광경까지 해마다 즐기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제목은 죽은 이는 날아오른다지만, 여러 생생한 에피소드는 소년과 가족의 삶 안에서 귀한 순간이 되어 기억속에서 영원히 날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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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마지막에 이르러 소년이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끝마쳤다. 자신과 형들과 부모님이 함께 했던 기쁘고도 슬펐던 기억들, 정신병원 안에 있는 집으로 남들과는 분명 다른 경험으로 채워진 과거의 이야기까지. 소년은 어른이 되었고 의사였던 아버지의 거대한 모습은 병이 들어 돌아가셨다. 병원이 폐쇄되고 집을 다시 찾았을 때, 열악하고 부실했던 당시의 그곳을 그리워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자신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그들의 일상적 광기가 사라졌고 자신의 한 세계였던 과거가 상실했음을 알았다.

작가 마이어호프는 독일에서 가장 바쁜 연극 배우이자 연출가로 자신의 자전적인 삶을 무대로 옮겼고 이 책의 소설로도 썼다. 자신의 기억을 돌이키며 닫혀 있는 과거를 마주하고 기억의 파편을 끼워 맞추며 현재의 내가 깨닫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것은 이제는 곁에 없는 죽은 이들을 ㅡ 병원의 환자였던 사람들, 오래 함께 했던 개, 교통사고를 당한 형, 미워했지만 사랑했던 아버지ㅡ 떠올려 기억 안에서 다시 살아 날아오르게 했다. 소년이었던 삶이 강물처럼 흐르고 어른이 되고 더 나이가 들 그 시절까지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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