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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의 세계 - 저울과 자를 든 인류의 숨겨진 역사
제임스 빈센트 지음, 장혜인 옮김 / 까치 / 2023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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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것이 측정이라는 주제가 지닌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측정의 깊이는 표면에 가려져 있다. 익숙함이라는 얇은 표면을 한 겹 벗겨내면, 측정이 결코 진부한 주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측정은 역사를 형성해온 복잡하고 격동적인 힘이다. 측정은 인류를 이끄는 교사이자 지배자이기도 하다. 시간이 흐르며 측정은 신과 왕의 관심사가 되었고, 철학자와 과학자 모두에게 영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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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나는 몸무게가 먼저 ㅋㅋ 🙈 측정은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서 나타나고 있다. 혹은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에도 침투해 있다. 표준 땅콩 버터를 아는가. 이 땅콩 버터 3개의 가격이 무려 927달러! 평범한 땅콩 버터이지만 터무니없이 비싼 이유는 각 병에 든 내용물을 엄격하게 분석했기 때문이다. 미국 표준 연구소(NIST)는 1200종의 표준 참고 물질을 연구했는데 이것은 다양한 물질들의 검증용 또는 비교용으로 써 신뢰를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이러한 표준은 서로 싸우거나 뭉치는 기준이 되어 전쟁에 이용되기도 하고 자신이 이득이 되는 쪽으로, 정치적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우생학이 그 한 예로 창시자로 자주 언급되는 프랜시스 골턴의 <자연의 유산>은 수년간의 통계적 방법을 쓴 책으로써 큰 악영향을 끼쳤다. 1927년 강제 불임수술을 합법화하는 판결 이후에 1932년까지 우생학이 부상하여 인종차별을 정당화하는데 이용한 것이다. 또한 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의 야만적인 인종살해를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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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터법 저항단' 그들은 누구인가. 영국의 미터법 시행에 반대하여 전통적인 도량형, 마일, 야드, 피트 단위를 보존하고자 하는 단체로 2001년 결성되었다고.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쓰고 있는 미터나 킬로그램의 단위들이 그냥 생겨난 게 아니었다. 각 나라는 민족주의나 국제주의 등 그들의 이익이 되는 쪽으로 취하며 거부되거나 받아들이는 역사를 거쳐왔던 것. 2000년 영국에서 바나나 한 송이를 미터법이 아닌 파운드와 온스로 팔아 기소된 사건은 후에 2016년 브렉시트에도 영향을 주었다니, 측정이라는 것이 단순히 숫자에 불과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듯 하다.
이 책을 처음엔 흥미롭게 읽었으나 쉬운 책이 아니었다. 단순한 숫자의 측정이 아니라 과학과 수학, 우주까지도 함께 이야기하는 측정의 세계...! 그것은 너무도 광범위하고 측정의 역사까지 같이 읽으니 어렵고 낯설었다.
인간은 이제 신기술이라는 능력 앞에 자기 측정이라는 허울에 갇혀 디지털 인간이 되고 있다. 유튜브로 영상은 보거나, 무엇을 검색하거나, 어느 장소를 갔을 때도 휴대폰은 알고리즘이라는 이름으로 위장하여 나를 측정하고 예측한다.
그 측정이 나를 정확히 인식하는가? 오류인 건 아닌가? 예측된 측정은 나의 선택인가? 나는 자유로운가?
역사가 시어도우 포터의 말처럼 수량화와 측정은 개인의 요구를 이행하기 위해 상호 연결성의 필요성을 최소화하면서 불신을 극복해야 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말에 동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