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말도 안되는 가능성이라 한들 사람들이 새로운 가능성에 들뜨기 시작한 건 좋은 일이니까"그 기계는 과학적인 방식으로 DNA를 측정해 당신 인생의 가능성, 당신의 신체, 당신의 정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알려준다고 했다. 단지 2달러로 말이다. 아무것도 변함이 없을 것 같은 작고 고요했던 마을에 설치된 이 기계 덕분에(?) 사람들은 웃고 울었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살던 사람들이 기계의 종이 쪽지 한 장으로 펼쳐진 다른 미래를 맹목적으로 믿는다니. 괜찮다며 살아왔던 삶이 불만족스러웠던지, 내내 별일없이 흐르는 자신의 삶을 깨칠 무언가가 필요했을수도 있다. 누구나 그렇지 않나. 잘 살아오면서도 마음속에 불안감이나 두려움들이 밀려 올때가."사람들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생각하고, 이해하지 못하면서 생각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마음속에 품었던 희망이나 막연하게 바라던 소망이 종이에 써있는 결과로 나타난걸까. 아마도 DNA판독기의 결과는 자신 스스로 움직여야 할 동력을 준 것일 수도 있다. 그 기계는 판독을 해준게 아니라 그들이 가졌던 열망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 것. 그런면에서는 어쩌면 신기한 기계가 맞다.DNA판독기 말고도 책에 나오는 한명 한명의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다정한 더글러스와 셰릴린 부부의 이야기는 감동이었고, 제이콥과 트리나의 이야기는 안타까웠고 벌어질지도 모르는 학교 총격 사건에 두려워지기도 했다.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상상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익숙하고 평범한 생활을 살아가는것에 비해 훨씬 매력이 있는 일이지. 하지만 무엇보다도 선을 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운좋게 얻은 큰 선물'이라는 뜻의 제목인 이 책은 애플 TV에 <운명을 읽는 기계>라는 드라마 제목으로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사가 최초로 참여하는 미국 드라마라고 한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책을 만나 즐겁게 읽었는데 드라마로는 어떻게 표현될지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