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표상의 지도 - 가족, 국가, 민주주의, 여성, 예술 다섯 가지 표상으로 보는 한국영화사
박유희 지음 / 책과함께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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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익숙한 이미지가 구성되는데 핵심적인 작용을 해온 것은 영상 매체다. 그 중에서도 근대의 시간을 함께하며 오늘에 이른 영화는 대중이 공유하는 기억과 상상을 구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한국영화에 나타난 주요 표상을 살펴보는 것은 영화가 재현함으로써 대중에게 공유된 심상을 통해 한국 사회의 다방면을 살펴볼 수 있는 한 방안이다. 또한 한국영화의 기억과 상상을 통해 한국의 근현대사를 조망해보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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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렇듯이 영화 보는 걸 좋아한다. 지금은 언제 어느때나 원한다면 영화를 볼 수 있는 매개체가 많아졌지만 어렸을때만 해도 영화관에 직접 가지 않는 한, tv에서 드문드문 방송해 주었던 외화나 주말의 명화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어린시절 우리집 가게의 유리창에 영화 포스터가 붙고 나면 건네 주시는 영화표 몇 장이 넘 기다려졌었는데 그마저도 어린 내가 볼 수 있는 영화는 별로 없었다. 학생때 학교에서 단체관람으로 보았던 영화, 동시상영으로 2편씩 영화관에서 본 시간들, 극장에서 나가지 않으면 같은 영화를 또 볼 수 있었던 그때의 영화들이 신기하게도 아직 기억에 선하다. 영화에 나의 시절까지 더해져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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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한국영화를 대상으로 가족, 국가, 민주주의, 여성, 예술에 대한 표상을 살피며 우리의 기억에 남아있는 대중 문화의 이미지들이 어떠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고 지금에 도달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5가지의 주제를 또 세분화해서 1960년대에서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영화를 살핀다.

다섯 가지의 주제 중 '가족'에 대한 세부주제는 어머니, 아버지, 오빠, 누이로 명명되는 그들이다. 한국영화에서 '어머니'나 '누이'는 '아버지'와 '아들'보다 더 많이 소비되었다. 근대의 아버지는 가부장 질서에 사로 잡혔고, 산업화가 진행된 시대에는 엘리트 장남이 되었지만 여전히 관습과 근대적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권위를 잃은 아버지는 가족의 곁에서 부재했다. 아들은 지식을 얻는데 집중하거나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의 노래처럼 늘 어디론가 떠나 있으며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가족의 생업은 어머니나 딸이 맡았다. 수난과 고생도 역시 그들에게 돌아갔다. 그 시대의 영화의 서사는 남성의 힘과 질서를 앞세웠고 그 책임은 여성에게 돌리는 방법으로 여성에게 '모성'이라는 미명하에 억척스러움, 헌신, 희생을 강요했던 것. <이 생명 다하도록. 1960> <자유부인 1956~1990 6편> 그후 2000년대에 이르러 여전히 모성신화가 유효하게 작용한 <신과함께: 죄와 벌>이 있는 반면, <마더> <친절한 금자씨> <오로라 공주> 에서 '어머니'가 아닌 '엄마'의 모성신화가 깨지기 시작했다.

1960년대의 영화에서 '첫사랑'은 보통사람에게는 평생의 사랑을 의미했다. <황진이의 첫사랑 1969> <임금님의 첫사랑 1967> 에서 볼 수 있듯이 특별한 계층에서만 의미가 있었는데 그 후 <맨발의 청춘> <진짜 진짜 좋아해>시리즈의 청춘물이 유행하면서 첫사랑의 서사에 '죽음'이 핵심적인 요소로 등장했다. 그것은 당시 러브스토리, 스잔나 등의 외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겨울나그네 1986> <첫사랑 1993> 과 1999년 제작된 <박하사탕>에서는 첫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는 완벽한 과거형으로 묘사 되었고 <번지점프를 하다 2001>에서 처럼 윤회와 환생으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지금 보아도 넘 감동적인 <클래식>은 관습적 요소인 신분, 소나기, 편지, 정치 등의 요소를 잘 배치한 영화로 성공했으며 <건축학개론>에서는 과거의 사랑이 현재의 사랑으로 다시 만났을지라도 현실에 따른 선택을 한다는 첫사랑의 표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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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대를 살아보지 못한 우리는 시대적 이미지를 영상으로 얻을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한국영화를 돌아보는 책이었지만, 근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중요한 흐름과 그것을 바라보고 만들어진 영화가 어떻게 표현되었고 사회적 시선은 어땠는지 지켜볼 수 있기도 했다. 오래된 영화가 많고 2000년대 이후의 영화가 적어 모르는 영화가 많았지만, 책을 통해 그 시대의 영화에 대해 이해할수 있는 기회가 생겨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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