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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임볼로 음붸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3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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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육신은 못 갈지언정 영혼은 돌아가. 그래야만 살 수 있으니까. 늘 고향을 가슴에 품고 있고, 고향으로부터 받았다가 잃어버린 모든 것에 대한 그리움에서 헤어나질 못해. 추운 날에는 고향의 깨끗한 공기를 그리워하고, 먹구름이 갑갑하게 하늘을 가린 날에는 그곳의 햇빛을 상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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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석유 기업인 펙스턴과 정부는 그들의 땅에서 나오는 기름이 이 땅에 문명과 경제성장을 가져다 줄 거라며 설득해 골짜기에 유정을 굴착하고 송유관을 깔았다. 그러나 약속한 '문명' 대신 그들이 사냥하고 어획하며 살아간 그 땅과 강으로 검은 기름이 흘러들어오면서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아이들은 경련을 하고, 기침이 터지고, 열이 오르다가 죽었다. 오염물 때문이었다. 아이들을 위해 깨끗한 생수만이라도 달라는 요구를 펙스턴은 묵살했다. 그리고 협의를 한다며 대표단 3명을 보냈지만 번번히 주민들의 의견은 무시되었고 펙스턴은 여전히 무책임하게 유전 개발로 땅과 강을 파헤지고 부패한 정부는 자신들의 주머니만 채우기에 급급했다.
마을의 미친 사람으로 취급받는 콩가는 대표단의 이야기에 분노하며 똑같은 말만 되풀이 하는 3명의 대표단을 포로로 붙잡는다. 콩가, 그는 과연 광인이었을까. 무시받고 무력했던 마을 사람들은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1명의 포로가 죽게 되자 펙스턴과 정부는 마을로 총을 든 군인을 보냈고 그 후 마을 사람들에게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며 계속해서 커다란 소용돌이로 빠져든다.
그 땅에서 태어나 펙스턴과 정부로부터 아버지와 삼촌을 잃었던, 그녀의 친구들도 줄줄이 죽어나갔던, 그곳에서 툴라는 미국으로 공부를 하기 위해 떠났다. 8년을 떠나 있었지만 툴라는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잊지 않았다. 자신의 땅을 되찾고자 공부했고 시위하며 그녀는 금전적 도움까지 아끼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뒤로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툴라와 그녀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전혀 다른 투쟁을 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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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땅에서 일어난 많은 일들을 이해할 수 없듯이 그들이 그 땅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들도 모두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러나 누가 툴라와 그들을 손가락질 할 수 있는가. 누가 툴라처럼 기업의 부패와 무능한 정부를 대신해 불가능해 보이는 투쟁을 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은 지금도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이 행해지는 전쟁과 원주민들이 살고있는 그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착취가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는 걸 상기시켜 주었다. 책 속의 주인공들 각자가 이야기하는 삶과 투쟁은 슬프지만 용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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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이 우리가 본 것을 보았다면, 학살이 일어난 날에 코사와에 있었다면, 왜 우리가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마저 두려워하는지 알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