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셔기 베인
더글러스 스튜어트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1년 12월
평점 :
.
아.. 한 장 한 장 읽기가 힘들다.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안타까운 감정에서 시작한 마음은 이해할 수 없는 마음으로 또 분노에 가까운 감정으로 치달았다. 그 감정은 셔기 베인의 어머니인 애그니스 베인을 향한 감정이었다. 셔기를 둘러싼 인물들은 애들이건 어른이건 왜 하나같이 그토록 지독하게 악하기만 할까.
.
이 책은 2020년 만장일치로 부커상 수상작품이 결정된 책이다. 놀라운 것은 이 책을 쓴 작가의 첫 번째 소설이라는 것이었다. 캘빈 클라인, 랄프 로렌 등의 패션 디자니어로 20년 가까이 일했던 그녀가 쓴 소설로 출간하기까지 32번이나 출판사로부터 거절을 당했다고 한다.
.
셔기 베인은 알코올 중독자인 어머니를 둔 주인공 아이다. 셔기에겐 알코올 중독자인 엄마, 엄마의 전 남편 자식인 형과 누나, 그리고 자신을 전혀 신경쓰지 않으며 항상 바람을 피우고 엄마를 폭행하는 친아빠가 있다. 셔기가 태어났을 때부터 성장할 때까지 집을 나가버린 아빠와 알콜중독자인 엄마로 인해 모두 자기 자신을 볼보기에도 힘들어 셔기는 학교생활에서도 일상생활에서도 언제나 고립되었다.
.
애그니스 그녀도 본인의 인생을 쉽게 살고 쉽게 결정짓는 여자였다. 결혼생활 중 바람을 피우고 두 번째 결혼한 남편은 그녀를 폭행하고 또 다른 여자에게 떠나버렸다. 오지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자신을 놓아버리고 매일매일을 술에 의지해 살아간다. 그리고 술 때문에 제정신이 아닌 그녀는 정부에서 나오는 보조금으로 살아가지만 모든 돈은 술을 먹는데 사용하느라 아이들은 삶의 모든 부분에서 보호받지 못한다. 큰 아이들은 엄마를 떠난다. 그녀는 돈이 떨어지면 몸을 팔아서까지 술을 얻는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셔기는 같이 겪어야만 했다.
.
술 때문에 망가진 그녀의 행동은 자살시도를 반복하며 점점 이해할 수 없을 정도까지 무너져 내렸다. 셔기가 열 여섯살 까지 성장할 세월동안 그런 생활이 매일매일 반복 되어간다. 애그니스는 왜 인간 같지도 않은 남자때문에 자신을 놓아버리는 걸까. 애그니스의 부모님은 자신의 딸과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지 않는걸까. 그녀를 둘러싼 수 많은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따뜻하게 감싸주고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 세상은 이런 상황에 있는 가족을 욕하거나, 이용하거나, 버리거나, 또 다른 상처를 입힌다. 이런 환경에서 셔기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저 견디고, 불안해하고, 이 모든게 지나가길 바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거 말고는.
.
알코올 중독으로 엄마가 세상을 떠날때까지 셔기는 엄마 곁에서 그녀가 달라지길 기대하며 그녀를 지킨다. 엄마는 떠났지만 그의 곁에는 또 다른 알코올 중독자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세상은 그를 지켜줄 생각이 아예 없다. 셔기 베인, 그 아이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참 ...
🔸️
"왜 나 하나로 충분하지 않아요?
셔기 베인은 엄마 애그니스에게 말했고, 그러나 그녀는 듣고있지 않았다."
"넌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난 엄마를 걱정하느라 바빠서 내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