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가 놓인 방 소설, 향
이승우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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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한가운데 욕조가 놓여 있다. 그녀는 그곳에서 목만 내놓고 물속에서 눈을 감는다. '당신'은 그런 그녀가 더 할수없이 편안하게 보였다.

"욕조는 거대한 바다로 변했고 바다는 다시 방으로 변했다가 욕조로 변했다가 했다."

욕조는 그녀가 가고 싶은 곳이다
'물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고요'
자신의 아이와 남편이 비행기 사고로 사라져버린 바다로 가기 위해 그녀는 욕조에 몸을 숨긴다.

책의 화자는 '당신'이라는 2인칭으로 지칭하며 자신의 감정을 검열하고 명분을 만들어 내고서야 행동으로 옮기는 남자다. 가끔은 '당신'이 주인공을 부르는 건지, 읽는 나를 부르는 건지 모를 문장을 만났다.

그는 명분이 있어야만 행동한다. 명분이 없다면 만들고야 만다. 그래야 합리적으로 자신을 설득할 수가 있었다. 그렇다면 그 명분은 의미가 있는가, 없는가. 행동하기 위해 의미를 만들어내고 원하는대로 움직이기 위함이 아닌가.

그녀와 '당신'은 마야 문명의 피라미드가 있는 곳에서 우연히 만나고 사랑을 한다. 아니, 사랑인가? 사랑이라고 할 수 있나? 사랑이라고 오해한 걸까? 상처를 내보이지만 상처를 감싸주지는 못하는 '당신'과 그녀는 짧은 시간 동안 서로에게 위로가 되었는지는 모르지.

책에 나오는 인물들 그녀, 당신, 아내, 모두 상처를 가지고 있다. 괜찮은 듯 살고 있지만 사실은 괜찮지 않았고 어쩌면 그들도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 욕조에 몸을 눕히는 '당신'은 이제 다시 눈을 뜨고 일어나면 지금과는 다른 삶이 기다릴거라고 생각한다.

전에 읽은 <사랑의 생애> 에서도 느꼈던 것처럼 작가는 단어의 반복을 통해 문장을 완성시키는데 또 그 문장의 반복으로 서로 대조적인 의미를 가져오는 효과를 심어 주었다. 그 문장들이 너무나 좋아서 필사를 했는데 소설이 짧아서 다행이다. 필사하다 읽는데 오래 걸릴뻔😂

"대개의 사랑은 오해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당신은 알지 못한다. 아니 당신의 무지는 오해에 근거하고 있다. 사랑에 빠져 있다는 오해, 즉 환상이 사랑을 시작하게 하는 근원적인 힘인 오해의 정체를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이승우 작가님의 책은 알랭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떠오르게 했다. 아마도 둘다 사랑에 대한 고찰이 엿보여서 그런듯하다. 읽는동안 너무 재미있었고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님의 다른 책이 또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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