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종 책을 읽을 때 다음 문장으로 곧바로 넘어가지 못하고 읽었던 문장을 반복적으로 읽고 또 읽을 때가 있다. 그건 거의 책을 읽기 시작할 때 나타나곤 하는데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이렇게 느닷없이 별다른 준비없이 책을 읽겠다고? 이런 물음에 대한 내 태도인지, 이 책엔 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인지. 어쨌든 이 책 첫 페이지의 노골적인 단어 때문은 아니다.아아, 이책 뭔지 잘 모르겠다. 같은 자리에서 읽자마자 또 다시 읽어야 했던 책은 처음이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중요한 걸 읽으면서 알아차려야 했다. sf에 속하는 내용인지도 사실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모든 책 중에서 정말 묘하게 빠져들고 손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몰입감이 대단하다. 소설 속 무무는 외계인이다. 무무라는 이름을 보고 영화의 친근한 ET를 떠올리면 안된다. 무무는 인간을 먹기위하여 자신의 모습을 변형시키고 이족보행이라는 아슬아슬한 보행연습을 하면서 인간처럼 보이도록 스스로 개조한다. 이것은 마치 우주괴물인 무무가 비장애인처럼 보이기 위해 지구라는 사회의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이분화된 인식에 촛점을 맞추고 도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연민을 느끼기 어려운 몰골이었습니다. 다들 이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네가 조금만 덜 역겨웠다면 발벗고 도와줬을텐데."그래서 무무는 자신의 몸의 형태에 엄청난 고통을 동반하면서까지 미남,미녀로 바꾸며 외모에 집착했고 그런 인간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인간사냥에 나섰다. 자신의 본 모습을 알아봐주지 않는 인간들에게 경고했지만 오랜기간 무무는 외로웠고 그래서 끝내는 자신의 죽음을 예상하면서도 그곳으로 향했다. "그들은 자기만의 기준을 들먹여 나를 재단했습니다. 기준이 무엇인지 알아내느라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투자했어요. 내 결론은 기준따위는 없다, 였습니다. 그런데 마치 기준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법을 배웠습니다.""당신은 하나 이상의 인물을 절절히 연기하며 살아갑니다. 당신에게 동의없이 주어진 배역은 꼬리표처럼 몸에 부착돼 있습니다. 죽기 전까지 뗄 수 없습니다. 죽어서도 뗄 수 없습니다. 꼬리표는 보이지 않고 실체가 없거든요."이 소설은 국내 출간 전 영미권에 먼저 판권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이 책으로 작가님을 처음 알았는데 완전 독특한 소설이었고, 그의 모든 소설을 읽어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