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
강지희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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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어떤 의미인가요?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질문을 나에게도 해보았다. 나에게 점심이란 약속을 하고 밖에서 먹을 때가 아니면 집에서 혼자 밥을 챙겨먹는 경우가 허다한데 그럴때 아침과 점심의 경계는 모호하다. 세끼를 다 챙겨먹는게 왠지 하는 일 없이 밥만 먹고 있나 싶기도 하고 사실 그다지 배고프지 않아 12시를 전후로 아침과 점심을 한꺼번에 해결한다. 그렇다면 이름지어야 하는 일인가, 점심이란.

이 책은 10인의 작가 그리고 각각 5편의 산문이 실려 있다. 글을 읽으며 우리의 점심은 그저 음식을 섭취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시간과 감정과 공간을 함께 또는 홀로 보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10명의 산문은 비슷한듯 다르다. 모든 날의 점심이 그러하듯. 어느 글은 잔잔하게 가라앉아 마음을 정화시키는가 하면 또 어느 글은 킥킥 거리며 '맞아 맞아'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작년 이맘때에 보았던 영화 <패터슨>에서 버스기사인 아담 드라이버의 평온하면서 담담한 일상이 생각났다. 그 일상속에서 때때로 시를 쓰며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영화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매일 비슷한 일상으로 단조롭지만 소중한 이야기를 보여주었는데 점심도 그런 것 같다. 모두에게 주어지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시간.

여러 산문중에서 황유미 작가의 <어른의 귀여움>은 정말 귀여웠다.

"어른은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함부로 감동하거나 눈물을 쉽게 흘리는 어른은 어리숙해 보인다. 나는 가끔 어른력이 최대치에 다다른 어른중의 어른이 어른스럽지 못한 초급어른에게 감화되어 무너지는 광경을 보며 귀여움을 느낀다."

반백년을 산 어른중의 어른이 된 나는, 사실 매일 어른스럽지 않다고 느끼곤 하는데 이 글을 읽고는 앞으로도 그러고 싶었다. 뭐 어렵지는 않은 거 같다. 지금처럼 살면 되는것 아닌가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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