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여자
아니 에르노 지음, 김계영 외 옮김 / 레모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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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은 '모든 것을 절충하는 법'을 습득해서, 자신들의 두뇌 속 다양한 소프트웨어 사이에서 온종일 재주를 부린다. 이런 상황을 설명해 주는 생물학적 이유는 하나도 없다. 단지 소년과 소녀가 함께 살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전통이란 것이 깨어나서 자신의 모델을 강요한다. 말하자면 한 성에 대해 다른 성의 지배와 불평등을 실현하는 것이다.''

여성의 상황에 대한 일방적이고 이론적인 고발이 아닌 주인공인 여자아이가 어른 여자가 되어가는 일상생활에서 여자로서 느끼고, 행동하고, 살아내는 현실을 보여준다. 소설이라 했지만 아니 에르노의 자전적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주인공의 이야기가 당시의 사회와 역사속에서 여자의 삶에 대해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서다.
소설 속 그녀는 끊임없이 '여성'과 '본인'이 원하는 것의 차이에서 갈등한다. 몰랐거나 아니면 알더라도 포기할 수 없었던 욕망에 의해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행동하며 때때로 올바른 방법을 취하지도 않는다. 고집스럽게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로(책 또는 시 같은 것들) 비웃음과 공격으로 허세를 부리곤 했다. 어쩌면 그것이 그 나이에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울 수 있다.

책에서 작가는 아름다운 문장이 되게 하려 억지로 꾸미지도 않았고, 자기를 살피고,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또는 받아들이는지에 초점을 두고 있는 듯 했다. 그러면서 여성이기에 어쩔 수 없이 스스로 포기하기도 전에 잡을 수 없도록 스러져 버리는 모든 것이 안타까웠다. 그렇게 스러져가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데에 분노가 일기도 했다.
만약 책에 쓰여있는 많은 부분을, 살아오면서 느꼈다면 내가 문제일까. 아니라면 그건 누구의 문제란 말인가. 경험해 보지 않았다면 불평하거나 힐책할 수도 없으리라.

''삶. 세상의 아름다움. 모든 것이 나의 외부에 있었다. 나는 여전히 자기생각만 하는 여자는 아닌가.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인가.''

일상에 스며있는, 아무도 자신조차도 부당하다고 생각지 못하고, 부당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여성의 삶의 흔적들을 말해주고 있다. 옮긴이의 말처럼 부디 이 책을 읽고 여성은 공감을, 남성은 여성에 대한 이해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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