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딸은 엄마에게 ‘아니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엄마의 규칙1호였다.  - P24

로버트 프로스트는 옳았다. 어머니가 소년을남자로 만드는 데 20년이 필요하지만, 여자가 남자를 바보로 만드는데 20분이면 충분했다. - P81

어머니가 변하리라는 기대 같은 건 품고 있지 않았다. 65년을 살아온 인간은 상수지 변수가 아니니까. - P96

"행복하게 사는 거."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는데? 한번 구체적으로 얘기해봐."
"행복한 순간을 하나씩 더해가면, 그 인생은 결국 행복한 거 아닌가."
"아니,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나는 그러려고 노력하며 살아왔어."  - P112

인간은 자신의 믿음에 따른 우주를 가진다. 결함도 결핍도 없는완전성이 아내의 우주였다. 행복은 가족의 무결로부터 출발한다고 믿고 있었다. 이 믿음은 신앙에 가까웠다. - P115

마리아, 마리아. 사랑하는 마리아
그대를 보내고 나서 꽃을 심었네.
서러운 마음에 꽃을 심었네…………
봄은 또다시 오고 꽃은 피었네.
그리움처럼 꽃은 피었네…………… - P188

봄방학 내내 그녀는 아버지를 따라다녔다. 픽업트럭에서 아버지와 함께 먹던 도시락은 그녀 안에서 꽃이 되었다. 그땐 그걸 몰랐다. 기나긴 삶의 겨울이 지나고 눈보라가 멈춘 후에야 그것이꽃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미치거나 죽지 않도록 자신을 지키고 있었다는 것도. - P189

"노아는 엄마 아들이 아니야. 엄마가 낳은 아들만 엄마 아들이야." - P231

저것은 아버지의노래가 아니었다. 스스로 부르는 노래였다. 자라는 내내, 독립한후에도, 삶의 순간순간마다 자신을 향해 걸었던 주문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물러서라고. 그러면 평화가 오리라고.
더하여 새삼스러운 진실 하나를 깨달았다. 자신이 유나에게 당하고만 살아온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 당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당하고 물러서야 아버지의 착한 딸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력을 다해 맞대응하는 순간 아버지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믿는 딸이 될 때 비로소 가치 있는 사람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쫓아유나를자신은 유나와 다르지 않았다. 자신을 움직이고 있는 것 역시여덟 살짜리 어린아이였다. 꽃 노래를 부르는 아이의 망령이 죽음의 위기에 도달한 이 순간까지 자신의 사지를 결박하고 있다는점에서. - P503

"놔. 도둑년아."
헤드랜턴 아래로 드러난 유나의 눈이 동굴처럼 어두웠다. 그녀는 유나가 진심으로 그렇게 믿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가 제삶을 끝없이 훔쳐왔다고. 그것은 어떤 식으로도 바뀌지 않을 신념같은 것이었다. 바로 그 힘으로 살아왔을 테니까.
그녀의 손아귀에서 스르르 힘이 풀렸다. 유나의 발목이 손아귀를 빠져나갔다. 그녀는 늪에 발을 디디고 선 채 멍하니 지켜봤다.
유나가 둑방 끝으로 성큼 다가서는 것을. 검은 우비를 입고 벼랑끝에 서 있는 어린아이의 뒷모습을. 경찰이 팔을 뻗으면 닿는 거리까지 다가오는 것을. 유나에게 달래듯 말을 거는 것을.
"가만 괜찮아. 가만있어. 움직이지 말고."
경찰이 유나에게 손을 뻗었다. 그 손이 닿기 직전, 유나는 껌껌한 골짜기로 몸을 날렸다. 아버지의 노래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 P506

언제부턴가 사회와 시대로부터 읽히는 수상쩍은 징후가 있었다. 자기애와 자존감, 행복에 대한 강박증이 바로 그것이다. 자기애와 자존감은 삶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미덕이다. 다만 온 세상이 ‘너는 특별한 존재‘라 외치고 있다는 점에서 이상하기 그지없었다. 수도 동물론 개인은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점에서 고유성을 존중받아야 한다. 그와 함께 누구도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 또한 인정해야 마땅하다.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 믿는 순간, 개인은 고유한 인간이 아닌 위험한 나르시시스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P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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