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누굴까?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려 했을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열차에 타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온몸의 뼈가 부러져 구급차로 실려 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인생은 그렇게순식간에 바뀐다. 잘못 디딘 한 걸음, 잘못된 사람과의 잘못된 만남, 그러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되는 것이다. - P64
눈처럼 희고, 피처럼 붉고, 흑단처럼 검어라……………… - P121
"난 누가 로라랑 스테파니를 죽였는지 몰라. 하지만 절대 내가 아니라고도 말할 수 없어.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아.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야. 마치……… 머리에 구멍이 뻥 뚫린 것만같아. 그때 법정에서 심리학자가 말했어. 충격이 심하면 잠시 기억상실이 올 수도 있다고. 하지만 뭔가 흐릿하게라도 기억이 나야할 것 아냐. 로라를 트렁크에 싣고 어딘가로 갔다면 풍경이든 뭐든 조금이라도 기억이 나야 할 것 아니냐고. 정말 모르겠어. 내가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건 스테파니가 더 이상......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순간이야. 그러다 어느 순간 펠릭스랑 외르크가 문가에 서 있었어. 하지만 그때는 보드카 때문에 속이 너무 안 좋았던 기억밖에 없어. 그리고 갑자기 경찰이 찾아와서는 내가 로라랑 스테파니를 죽였다는 거야!" - P164
지금 혼자인 사람은 오랫동안 혼자일 것이다. 낙엽이 흩날릴 때면어수선한 마음을 부여잡고 나무들 사이를 거닐 것이다. - P345
그는 그녀가 복도를 돌아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잡았다. 순간 그는 예상치 못한 짜릿한 행복감에 젖었다. 맞바람을 피움으로써, 그것도 코지마가 그토록 싫어하는 그의 상관과 잠자리를 같이함으로써 드디어복수했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었다. 무한한 자유를 느꼈기 때문이다. 살면서 이렇게 자유롭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몇 주 동안 깊은 상처와 슬픔을 끌어안고 자기 연민에 시달렸던 그는 어젯밤 자신의 미래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가정에 매인 유부남은 꿈도 꾸지 못할 엄청난 가능성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코지마에게매여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결혼 생활의 실패가 인생의 끝을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쉰이 다 되어 가는 나이에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니....... 그는 그것을 행운이라 여겼다. - P496
"사람은 체스 말이 아니에요." 피아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과연 그럴까요?" 테를린덴이 반박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스스로 내리기 힘든 결정을 대신 해주고 그들의 보잘것없는 인생을대신 책임져주는 사람이 나타나면 아주 좋아합니다. 전체 그림을보고 필요할 때 조치를 취하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납니다." 그의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목소리는 자긍심으로 가득했다. "틀렸어요!" 전모를 파악한 피아가 냉정하게 말했다. "당신이아니라 다니엘라 라우터바흐죠. 당신 또한 체스판 위에서 그녀의뜻에 따라 움직이는 졸이었을 뿐이에요." - P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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