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홍이는 그렇게 달려야만 했을까. 이제는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어째서 홍이의 외로움을 좀 더 이해해주지 못했을까. 어째서 그녀 입장에 서서 생각할 수 없었을까. - P8
기적적인 재회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의미가여기에 담겨 있는 것일까. 다시 시작할 기회가 주어진 것일까? 아니면 결정적인 마지막을 가져올 전조일까? - P11
말은 언제나오해를 낳는다.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들의 말이 두려웠다. 논쟁을 벌이는 것은 무엇보다도 힘든 일이었다. 정색을 하고 논쟁을 벌이는 사람들을 항상 차가운 눈길로 보았다. 유치하지만결실 없는 논쟁을 하기보다 침묵을 지키는 쪽이 훨씬 힘있다고믿고 있었다. - P16
고독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쓸쓸함은 사랑을 약하게 만든다. 슬픔은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거기에 젊음이 더해지면모든 것이 위태로워진다. 밝은 색을 잃어버린 화가가 그린 그림과 같았다. - P89
‘준고, 부탁이야. 내게 다정하게 대해 줘. 부탁이니 무조건 날지켜 줘. 준고, 부탁이야, 무슨 일이든 내 편만 들어 줘‘
당시 일본에서는 혐한반일이라는 말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었다. 일본은 한국을 싫어하고 한국은 일본에 반감을 갖는다는 허무한 조어다. 언젠가 홍이가 그 말의 뜻을 물어본 적이 있었지만, 나는 설명하기를 주저했다. 나와 홍이 사이에는 그때까지한 번도 역사가 그림자를 드리운 적이 없었다. 우리는 젊었기에역사의 불행을 극복할 자신이 있었고,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 P173
"그래, 칸나. 질투나 원한 같은 건 잊어버리고 상대가 행복하기를 빌 수 있다면 이 세상에서 미움이나 분쟁은 사라질 거야." - P201
"어쩜 그렇게도 태평한지. 하지만 준고의 그런 마음을 이해할수 있어. 넌 모든 것이 간단하게 처리되는 게 싫은 거지. 그래서 말을 믿지도 않으면서 소설을 쓰는 거고." - P214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과 같은 입장에 서 보는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이란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 같으면서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죠. 상대방의 마음을 제멋대로거짓으로 꾸미는 게 보통이에요.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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