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이 세 가지 세포 색을 섞어서 여러 가지 색을 인식합니다. 그런데 이 원뿔 세포가 조금씩 사멸되다 끝에 가서는 온 세상이 회색 톤으로 보이면서 결국 의문의 죽음을맞이하게 되는 병. 그게 바로 무채병입니다." "데이터를 보니 신도 군이 첫 번째로 볼 수 없게 된 색은연분홍색이군요. 신도군, 당신은 무채병입니다." - P30
어른들은 아직 열일곱 살인 우리를 보며 앞날이 창창하다고 말들 하지만 내게는 하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없었다. 1학년 때부터 장래에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진로에 관해 묻는 수업이 여러 번 있었다. 프린트물을 나눠주고 굵은 선 안을 채워 넣으라며 연필을 쥐게했다. 정답은 물론 뭐라고 적어야 할지도 몰라서 그냥 빈칸으로 제출했다가 혼난 기억밖에 없다. 이렇게 살아가다 보면 어른이 되고, 취직을 하고, 누군가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다. 노인이 되고, 손주가 생기고, 그러다 죽는다. 지극히 평범해 글로 써서 남길 필요도 없는 그런 인생을 살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니 빈칸은 채우지 않아도 된다 생각했다. 언젠가 뭐라고 써야 할지 알게 되는 날이 오면 그때 쓰면 된다고. 그렇게 간단히 죽지는 않겠지 싶었다. 나는 내 앞에 들이닥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죽음이 두려웠다 - P41
우리는 소중한 무언가를 얻기 위해 다른 소중한 것을 잃으면서 살아간다. 지금 내가 너를 선택하고 오랜 친구의 손을 잡지 않은 것처럼. - P72
나는 죽고 싶지 않아. 내가 없는 세상에서 네가 웃는 게싫어. 나 아닌 누군가를 향해 미소 짓는 모습을, 나 아닌 누군가와 맺어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너에게 나보다 더 특별한 사람이 생기지 않았으면. - P141
만약에, 내가 병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너와 내가 사랑에 빠지는 일은 없었겠지. 만약에, 내가 죽는 걸 몰랐더라면. 변함없이 평범한 하루하루를 살아갔겠지. 만약에..... - P182
너의 웃는 얼굴이 보고 싶다. 나는 지금까지 너의 웃는 얼굴을 보며 수없이 구원받았다. 그 얼굴을 앞으로도 계속 보고 싶다. 내가 곁에 있는 동안너를 실컷 웃게 해주고 싶다. 그건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이 세상에 남기는흔적이다. - P190
네가 가르쳐주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이토록 멋진일이라는 것을. 무심히 지내온 일상이 더없이 소중하다는 것을. 색채가 사라져가는 세상에선 사랑이 미래를 향한 희망을안겨준다는 것을. - P217
‘나는 소야라고 해. 신도 소야, 넌? ・히나 다치나미 히나.‘ ‘그렇구나, 히나. 한자로는 어떻게 써? 비단 비자에 능금나무 내() 자를 써 ‘비단 비 ‘붉은색이라는 뜻도 있어 ‘아하! 내 이름. 소야의 소는 푸를 창자를 쓰는데 ‘그렇구나‘ 굉장해, 빨강과 파랑이잖아!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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