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가 나랑 뭘 하자고 했는데 내가 거절했을 때 다카기씨 표정 봤어? 나 같은 놈이 같이 있는 것도 용서가 안 되지만, 그렇다고 나 같은 놈이 감히 그 애의 제안을 거절하는 무례를 범하면 그것도 화가 나는 거야. 상반된 감정이 뒤섞여서 결국 그냥 무표정이 되더라." - P89
고등학교 졸업 후 몇 개월. 쓰바키에게는 세상이 얼마나넓은지 알게 된 시간이었겠지만, 다로에게는 자신이 우물 안개구리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고등학교 때보다 더 많은 수의 사람들, 저마다의 개성이 넘치는 사람들이 모인 대학이라는 곳에서 다로는 착실하게 파묻혀 가고 있었다. 아아, 나는 쓸모없는 남자였구나. - P95
열심히 한 가지만 파는 사람도 빛나지만다방면에 걸쳐 여러 가지를 아는 사람들도 좋아. 생각지도못한 것을 느닷없이 알려 준다거나 하는 두근거림이 있잖아. "온몸을 깊이 던져 그 세계에 완전히 젖어 버린 사람에게도 빠져들고 싶지만, 광활한 세상으로 데려가 줄 것 같은 사람이 마구 나를 데리고 놀아 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는 거잖아. 둘 다 매력적인데. 난 어느 쪽이든 다 좋아." - P119
"개성이란 단어의 뜻을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매력을 느끼는 부분이라는 거지? 그럼 개성 있는 게 맞아. 오히려 내가개성이 없지."
"점장님이 호감을 사는 이유는 외모 때문만이 아니잖아요, 뭐랄까, 엄청난 애정으로 가득한 점장님만의 ‘심지‘ 같은 것이 있으니까." - P122
"소중한 손님이에요, 당신은."
아무도 없는 취식 코너에서 다로는 울었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이 기뻤다. 설령, 그것이 처음 들어간 편의점 점원의 접객 멘트라도 상관없었다. 이 넓은 세상에 파묻혀 사라질 것 같았던 자신의 존재가 인정받았다. 마치 구원받은 듯한 기분이었다. - P125
"아, 아니, 일찍 알았으면 더 빨리 행복해질 수 있었을 텐데, 이렇게 모르고 사는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싶어서" 앞으로도 이런 발견들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또 후회하겠지.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인 주에루가 "나도 얼른, 하고싶은 일을 찾았으면 좋겠다아" 하고 말꼬리를 늘인다. "내가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얼른 찾고 싶어. 더 빨리 찾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후회하고 싶지 않으니까." "멀리 돌아가는 것 같아 답답한 기분, 제자리에서 걷는 듯한 초조함. 그런 걸 모르면 자기가 누리는 감사함을 모르게될 수도 있으니까. 당연하다는 생각에 소중하게 여기지 못할수도 있고, 바라고 바라서 얻은 것은 말도 못 하게 반짝반짝빛나거든."
그 정도면 됐다고 생각해 왔다. 원래 인생은 그런 것이라고 결론 내린 줄 알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래도, 가능성도 없는 스스로를 걱정하는 자신이 분명 존재했다. 그런 자신을 계속 무시할 수는 없다. 그저 주어지는 대로 흘러갈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고민하고 방황해야 한다. 지금 이대로는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것들에 감사하기는커녕 소원해지기만 할 것이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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