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대의 사랑은 땅 위로 올라온 매미 같은 겁니다. 태어났나 싶으면 시끄럽게 울다 금세 끝나 버리고 말죠!" "매미들의 사랑에 섹스라니요. 당치도 않죠!" "아무래도 어린 나이다 보니 성욕이 폭주해요. 좋아한다느니, 사랑한다느니 난리를 피우지만 99퍼센트는 그냥 발정난거예요. 미성숙한 인간이 성욕에 좌우되는 거, 이 시대에는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젊어서 생식 활동에 힘써야 한다는 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옛날에나 통하던 말이지. 현대에는 십 대의 섹스 같은 건 필요 없습니다. 일단 이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요." - P27
다카오가 저녁에 반주를 할 때는 안주가 여러 개 준비되어 있어야 했는데, 와중에 편식은 심해서 손도 대지 않는것도 있었다. 시노가 구석에 놓인 그릇을 살짝 들여다보니 삶은 야채가 담겨 있었다. 어릴 때 음식을 가려 먹던 시노를 자주 혼냈으면서 자기는 아무렇지 않게 음식을 골라 먹는다. - P30
"역시 제일 큰 영향을 준 건 밋짱일 거야. 그 사람은 우리의 작은 변화까지 눈치채고 정중한 말투로 하나하나 칭찬해주거든. 누군가 자신을 바라봐 주고 아주 작은 일에도 함께즐거워해 주는 건 기쁜 일이야." "이 나이에도 칭찬해 주는 사람이 있다니, 행복한 일이지. 하루하루가 확 밝아지거든." - P60
할머니도 어쩌다 한 번 얼굴만 보는 손녀가 편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어지간해서는 찾아오지도 않는 아들 내외 역시마찬가지였을 테다. 그런데도 자식들이 아쉽다고 붙잡으니그 불편함을 다 감수할 생각으로 모든 걸 버리고 온 것이다. 시노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스스로가 굉장히 못난 인간이 된 것 같았다. 할머니의 태도를 불쾌하게만 여기고 어제의변화 역시 희한한 해프닝으로 치부해 버렸다. 그것은 실연당한 자신을 보던 반 친구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다정함이나 배려 따위 없이, 누군가가 무너지는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즐기고 있었다. 자신의 고통에는 민감하게 굴면서남의 아픔에는 무관심했다. - P62
"누구와 어떻게 헤어지더라도 존엄성만큼은 소중히 지켜줘야지. 아직 어리니까 거기까지 생각이 못 미쳤을지도 몰라. 어떤 식으로든 자기 방식이 옳지 않았다는 걸 깨달으면 좋을텐데. 마음 아픈 일을 겪었구나, 시노." 후, 하고 숨을 내쉰 미쓰에는 "그래도"라며 밝은 목소리로덧붙여 말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좋은 일이야. 그건 정말 좋단다." 시노에게, 그리고 미쓰에 스스로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나이가 몇 살이든 사람을 좋아할 수 있어. 상대를 좋아하는동안은 그 사람을 좋아하는 자신까지 좋아했으면 좋겠어. 그사람을 소중히 여기면서, 그만큼 자기 자신도 아껴 주는 거야. 소중한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스스로가 되도록 노력하게만드는 ‘좋아해‘의 마음을 느끼면 그건 분명 행복일 거야. "너를 그렇게 대하는데도 의연하게 대처했잖아? 사람들은자신의 소중한 부분은 결국 스스로 지켜 내야 한다는 사실을쉽게 잊어. 남이 자신을 짓밟아도 별수 없다며 포기해 버리는 사람도 있지. 나도 그랬어. 내 소중함을 지키는 게 결국엔내 이기심이 아닐까. 좋은 아내로서 실격 아닌가. 이런 바보같은 생각으로 그런 취급을 자처하기도 했지. 이제와 후회가 되기도 해. 그런데 시노는 그 어린 나이에 자신을 지키는방법을 알고 있잖아. 정말 대단해."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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