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렛소리 희미하고 비가 오지 않아도 나는 여기 머무르오 그대 가지 마라 하시면.""맞아, 그게 정답이야."그녀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내가 너한테 처음 읊어준 시에 대한 답가."우렛소리 희미하고 구름이 끼고 비라도 내리면 그대 붙잡으련만. - P240
도어록을 해제하고 철문을 열고 발을 내민 다음, 문을 닫았다. 내 뒤쪽에서 집은 시간이 멈춘 통조림이 되었다. - P261
한숨을 쉬고 눈을 뜨자 내 숨이 천천히 형태를 바꾸며퍼져가는 것이 보였다. 나는 벤치 옆에 내려놓은 천 재질가방을 끌어당겼다. 가방에는 튼튼한 판지에 뚜껑이 덮인네모난 상자가 들어 있다. 뚜껑을 열자 안에 들어 있던 하얀 한 쌍의 여성용 하이힐이 겨울의 차가운 바깥 기온을덮어썼다. 이것이 여기서 생겨나서 내 손에 남은 유일한것이었다.나는 기도하는 것 같은 마음으로 그 구두를 벤치 위의그녀가 늘 앉아 있던 장소에 내려놓았다. - P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