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말은 근질거려서 해본 적 없지만
앞으로도 쓸 일이 없을뿐더러 그럴 용기도 없지만
분명 굉장한 말인 것 같다. - P8

슬픈 일이나 괴로운 일은 머지않아 희미해지기 마련이니까.
하루하루 기억을 쌓으면서 과거를 덮어나가는 거야.
산다는 건 그런 거니까. - P80

"귀신이 된 할머니는 날 데려갈지도 모르잖아."
"사후세계로?"
나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어. 결국 죽음 때문이야. 죽음이 무서웠던 거야. 귀신이 무서운 이유는 거기에 있을지도몰라. - P106

"응, 6층에 사셔. 부모님은 이제 날 떠올려도 슬퍼하지않아. 아련하고 따스했던 추억이 된 거겠지. 그걸로 충분해. 슬픈 일이나 괴로운 일은 머지않아 희미해지기 마련이니까. 하루하루 기억을 쌓으면서 과거를 덮어나가는 거야.
산다는 건 그런 거니까."
하지만 잊진 못할 거야.
"살아있는 사람한테는 잊어버리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
아프고 괴롭기만 한 기억을 품고 살아가는 건 자기 자신을괴롭히는 일일 뿐이니까. 추억은 옅어지다가 결국 너그러워지지. 그렇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어."
난 널 잊지 않을 거야. 네 부모님과는 달라, 희미한 기억이 될 필요는 없어. 슬프지 않았으니까. 기뻤으니까.
"기무라, 정말 고마워."
그건 내가 할 말이야 - P140

해답은 전부 ‘어제‘의 행동에 담겨 있었어.
‘어제‘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오늘이라면, 그걸로 끝인 거야. - P146

사이토 
그렇다면 중노년층이 얼마나 마음잡기 힘든 나이인지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네. 나이는 먹었지, 주름이랑 기미랑 흰머리는 늘어나지, 뱃살은 처지고 등에는 군살이 붙었지, 엉덩이 살은 빠지고 볼과 턱은 늘어지지…………

사이토
신체는 점점 고물에 걸맞은 몸으로 변해 가도 마음은 쉽사리 성숙해지지 않는다고. - P162

사이토 여자든 남자든 똑같아.
히사요 젊든 중년이든 노년이든 다를 바가 없지.
사이토 인간 대부분은 소극적이고 소심하니까요.
히사요 머뭇대는 사이에 기회를 놓쳐버리지.
사이토 상대방이 다가와 줄 거라 기대하면서 정작 자기 진심은전하지 못하죠.
히사요 어설프게 나섰다가 창피를 당하긴 싫으니까. 상처 입고싶지도 않을뿐더러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의식이 더 강해서 그래요.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면 좋아하는 애는 어느새 행동이 재빠른 이상한 녀석에게 빼앗긴 뒤죠. - P192

당신이 무사히 돌아와 웃어주는 것.
제게는 그게 가장 큰 선물이에요. - P228

"젊었던 시절에는 사람을 좋아하는 게 쉬웠는데 나이를 먹으니 꽤 어렵네요."
내 말에 기쓰 씨는 놀란 얼굴을 한 채 고개를 끄덕였어.
"그렇죠. 어렵죠‘
"좋아하는 감정은 좋은 면만 있는 게 아니에요. 부정적인 감정을 잔뜩 끌고 오죠. 그걸 아니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게 무섭기도 해요."
"그렇죠, 말씀하신 그대로예요."
기쓰 씨는 고개를 휙휙 끄덕였어. 내가 그렇게까지 묘한 발언을 한 걸까. 왜 저렇게 경직된 거지.
"기사님 말씀이 맞아요. 좋아하게 되면 부정적인 감정도 따라오죠. 모든 악의 시작이에요." -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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