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숙은 그가 촉박하게 말한 것보다 이렇게 달변인 게 더 서운했다. 무뚝뚝한 남자들. 말 한마디, 표현 한번 해주면 좋을 상황에서그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그래서 생긴 오해 역시 제대로 풀줄 몰랐다. 곽 선생 역시 다르지 않았기에 다가가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었다. 그건 저녁 알바인 정 군도 마찬가지다. 입대를 기다리며4개월째 알바 중인 이 청년은 돌부처나 다름이 없다. 물론 말 많고화도 많은 50대 아줌마 점장이 두 사람에게 편한 상대는 아니었을것이다. - P11
소진은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걸으며 아빠에게 말을 걸었다. "아빠, 자갈치는 생선이 아니라 문어야." 아빠는 답이 없었다. "그걸 알고 얼마나 신기했는지 아빠에게 알려줘야지 하고 있었는데, 그 주에 아빠가 집에 내려오지 않았어. 그래서 얘기해줄 수가없었네." 아빠는 답이 없었다. "이후로도 얘기할 기회를 찾을 수가 없었는데, 이제야 알려드려요. 자갈치는 문어 과자예요." 아빠는 답이 없었다. "그리고 아빠 딸도 이제 자갈치 아니고 가물치가 될게." 아빠가 우리 딸 장하다고 답했다. 소진은 들었다. - P79
"자네는 내가 어떻게 보여? 자네도 내가 꼰대로 보여?" "근데 꼰대가 나쁜 건가? 나는 소신껏 일하고 그걸로 생업을 꾸렸다고. 그리고 꼭 필요한 말을 할 뿐인데, 왜 그리 잔소리한다고, 꼰대짓 한다고 화를 내는 거지?" "그게, 소신 있는 꼰대는 나쁘지 않은 거 같은데요... 문제는 자기 말만 해서 아닐까요? 대체로 꼰대들이 자기 말만 하고 남의 말은 안 듣거든요." "안 듣는 게 아니라 그동안 하던 방식이 있으니, 들어도 고치기힘든거 아니겠어?" "그게 그거죠. 남의 말도 듣고 고칠 건 고치고 해야 발전이 있죠." "이 나이에 발전은 무슨 발전을 해. 하던 거나 잘해야지. 그거라도 지키려고 꼰대로 사는 거야. 그걸 너무 폄하하지 말란 말이야 내말은!" "폄하하긴요. 대단하시죠. 대한민국 자영업자들 저 진짜 존경합니다. 근데 가족들은 생각이 다를 수도 있죠. 가족들한테는 사장님이 사장님이 아니고 아빠나 남편일 거잖아요. 그니까 사장님이 아니라 아빠나 남편으로 가족 말도 들으셔야죠. 그거 듣기가 힘들면, 딩동댕!꼰대 당첨인 거죠." "거참, 듣긴 하는데 바꾸기 힘들어 그렇다니까 바꿨다가 잘 안되면? 망하면? 누가 책임질 건데? 아내가? 아들이? 아님 자네가 책임질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시는 거구나 바꿨다가 잘 안 될까봐 걱정이신거야. 근데 제가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걱정은 독이라고 걱정하실시간에 주변 조언 진지하게 한번 생각해보시고, 조금만 바꿔보시라니까요. 만약에 안 된다 해도 가족이 사장님을 혼내겠어요? 욕하겠어요?" "그, 그건 또 모르지." "사람이 양심이 있잖아요. 적어도 사장님이 가족 말 듣고 바꾸려노력했는데, 그래도 뭐라 그러면 그건 진짜 아니죠! 사모님이 그럴분은 아니잖아요. 안그런가요?" "아, 몰라! 자네같이 가족도 없고 태평한 놈은 그럴 수 있는데 난아니라고!!" - P102
"나이가 들수록 자기에게 있는 세 가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더라. 먼저 내가 잘하는 일을 알아야 하고, 그다음 내가 하고 싶은 일을알아야하고, 마지막으로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알아야 한다더라고." "음......." " "여기서 잘하는 일은 특기야. 하고 싶은 일은 꿈이고. 그리고 해야 하는 일은 직업이라고 하자. 이것에 모두 해당하는 교집합이 있을 거란 말이야, 그 교집합을 찾으면 돼. 그러니까 특기가 꿈이고그게 직업이 돼서 돈도 벌면 최곤거지."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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