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한테 왜... 잘해주세요?"
"독고 씨 하는 만큼이야. 게다가 나 힘들고 무서워 밤에 편의점못있겠어요. 그쪽이 일해줘야 해요.‘
"나...... 누군지...... 모르잖아요."
"뭘 몰라. 나도와주는 사람이죠."
"나를 나도 모르는데…………… 믿을 수 있어요?"
"내가 고등학교 선생으로 정년 채울 때까지 만난 학생만 수만 명이에요. 사람 보는 눈 있어요. 독고 씨는 술만 끊으면 잘할 수 있을거예요."
"그럼...... 한 병 더요....... 한 병만 먹고 끊는 건 좀...... 억울해*.......".
"그러도록 해요. 밥 먹고 나면 내가 가불해줄 테니 사우나가 씻고 머리도 깎고 옷도 사 입고, 응? 그러고 나서 저녁에 편의점으로와요."
"......고마워요 - P50
"다시 물어봐요. 왜・・・・・・ 그만둔 건지. 뭐... 힘들었는지. 아줌마 아들만이 알잖아요. 아줌마도 아들 일이니까………… 알아야 하고요."
"들어줬다가는 진짜 그만둘까 봐 윽박지른 거예요. 왜 그만두냐고 물어도 말을 흐리길래 어떻게든 버티라고만 했어요. 근데 그러니까 그냥 질러버리더라고. 지 아빠가 갑자기 가출하던 것처럼 그렇게 말이야."
"겁나셨구나. 아들이 아버지처럼 될까 봐."
"내 말이 그거예요. 아들만큼은 다르게 큰 줄 알았는데.... 내가잘못 키웠나 봐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 아들은 아무것도 몰라주고・・・・・・ 맨날 방에서 게임만 하고……………. 으흑."
"내가 말이 너무 많았죠? 너무 힘들어서…………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독고 씨가 들어줘서 좀 풀린 거 같아요. 고마워요."
"그거예요."
"뭐가요?"
"들어주면 풀려요."
선숙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자기 앞에 선 사내의 말을 경청했다.
"아들 말도 들어줘요. 그러면………… 풀릴 거예요. 조금이라도."
그제야 선숙은 자신이 한 번도 아들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언제나 아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기만 바랐지, 모범생으로 잘 지내던 아들이 어떤 고민과 곤란함으로어머니가 깔아놓은 궤도에서 이탈했는지는 듣지 않았다. 언제나아들의 탈선에 대해 따지기 바빴고, 그 이유 따위는 듣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이거......."
"아들 갖다줘요."
"아들을요? ……………왜?"
"짜몽이 그러는데………… 게임하면서...... 삼각김밥 먹기 좋대요. 아들 게임할 때・・・・・・ 줘요"
"근데 김밥만 주면...... 안 돼요. 편지……… 같이 줘요."
선숙이 고개를 들어 독고 씨를 바라보았다. 독고 씨가 선숙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는데, 그녀에게는 그런 그가 정말로 골든 레트리버처럼 보였다.
"아들한테 그동안 못 들어줬다고, 이제 들어줄 테니 말..…………해 달라고………… 편지 써요. 그리고...... 거기에 삼각김밥・・・・・・ 올려놔요." - P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