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퍼센트의 나
「왜 49 퍼센트야?」
「너답지 않았어」
"아니, 이게 나다운 거야."
한심하고, 철없고, 결정적인 순간에 이기적인 ‘김독자‘다운 일
「2퍼센트.」
그 숫자는 내가 일행들을 더 잘 기억하고 있다는 증명이었고, 내가 아바타보다 일행들이 기억하는 ‘김독자‘에 가깝다는기만이었다.
누구도 이곳의 나를 알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일행들의 이야기가 끝이 나더라도.. 적어도 나는, 영원히 그들을 잊지않을 것이라는 맹세였다. - P10

「유중혁은 이 세계에서 ‘시나리오‘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누구보다 시나리오를 잘 클리어할 수 있었던 패왕은, 역설적이게도 시나리오가 끝나자 그 쓸모가 사라졌다.
시나리오가 끝난 세계에서 유중혁은 이제 무엇이 되는 것일까. - P94

스킬과 성흔이 존재하는 세계. 세계의 모든 것이 이야기의 구성품이던 세계. 그곳에서 치료란 곧 설화를 수선하는 것이었다.

김독자가 평생에 걸쳐 이룬 세계가 이제 그를 죽이고 있었다.
마치 이야기가 끝난 세계에 독자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처럼. - P153

"너희가 돌아가는 곳은 ‘과거‘가 아니다. 그냥 다른 세계선이지. 인간은 무슨 짓을 어떻게 해도 과거로 갈 수 없다."
"이미 일어난 일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너희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
"그들은 너희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너희 기억 속에서 죽은 자들과는 다르니까. 그들은 너희와 함께 보낸 어떤시간도 떠올리지 못할 것이다. 그들과 이야기할 때마다 너희는 너희가 살았던 시간이 결코 돌아오지 않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한마디 한마디에 깊은 고통이 배어 있었다. 오직 혼자서 사라진 세계를 기억하며 살아온 인간의 말이었다.
"너희는 더욱 외로워질 것이고, 끝내는 혼자가 될 것이다.
누구도 그런 너희의 고통을 이해해주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너희의 고통을 이해하는 대신 너희를 회귀자라 부르며, 누군가의 미래를 도둑질했다고 욕할 것이다. 너희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 살아 있는 채로 죽어갈 것이다."
그것이 회귀의 저주였다. - P182

[궁금하지 않습니까? 이 우주는 어디서 출발한 것인지 이교묘한 설화의 은하를 구축한 것은 누구인지 이 세상에 ‘시나리오‘라는 것을 만든 것은 누구인지 결과가 원인을 만들고원인이 결과를 낳는 이 모순덩어리의 세계를 완성한 것은, 대체 누구인지!]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 시작된 곳」
「tls123이 있는 우주.」
[당신은 ‘최초의 세계선에 진입했습니다.] - P247

"지금 내가 이 글을 쓸 수 있는 건, 앞서 유중혁이 삶을 살았고 김독자가 소설을 읽었기 때문이야. 그런데 그런 내가 다시김독자가 읽을 소설을 쓴다는 게...."
"타임 패러독스, 인간들은 그걸 그렇게 부르죠. 하지만 그런식으로만 작동하는 우주도 있습니다. 미래가 과거보다 먼저쓰이고, 결과를 위해 원인이 만들어지는 우주. 당신은 이미 그런 우주를 알고 있을 텐데요?"
"이 우주가 하나의 소설이란 얘기냐?"
모니터의 활자들이 일렁였다. 누군가의 사랑을 원하는 활자들이 모니터 밖으로 하나둘씩 짝을 맞춰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치 별처럼 반짝이는 문장들.
어떤 문장은 다른 문장을 위해 기꺼이 어둠이 되었고, 어떤문장은 그 문장을 통해 빛이 되었다. 어떤 문장은 다음 문장을위해 존재했고, 다음 문장은 다시 최초의 문장이 있었기에 의미를 획득했다.
"이 우주에는 앞과 뒤가 없습니다. ‘최초의 세계선‘이 가장마지막에 완성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우주는 조금 전 만들어지기도 했고, 동시에 수억 년 동안존재해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태초는, 종말이 찾아온뒤에야 태어나기도 합니다."
한수영이 멸살법을 썼기에 김독자가 그것을 읽었다.
김독자가 멸살법을 읽었기에 유중혁이 회귀를 시작했다.
유증혁이 회귀를 시작했기에 한수영이 멸살법을 쓸 수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썼으나 그녀의 손을 떠나 완성된 말들이었다.
누군가를 구하고, 파멸시키고, 살게 할 이야기.」
그녀는 세계를 만든 작가였지만, 무력한 신이었다. 단 한사람의 독자조차 제대로 구할 수 없는 신. 그저 이 아득한 이야기의 부속일 뿐인 신. - P278

나와는 이름도 얼굴도 다를 존재. 그럼에도 그 존재들은, 어딘가에서 태어나 우주를 상상할 것이다. 이야기를 읽으며 감동하고, 세계선을 지켜볼 것이다.
한수영이 이야기를 썼고.
유중혁이 이 이야기를 살았으며.
내가 이 이야기를 읽었다.
「하나의 세계가 멸망하고 새로운 세계가 태어나고 있었다.」
시련을 겪었고, 몇 번이나 죽음의 위기에 봉착했다.
성좌들을 만났다.
불가능한 시나리오들을 돌파했고,
마침내 지옥같던 이야기의 끝에 도달했다.
[당신의■■은 ‘영원‘입니다.] - P301

「"나는 유중혁이다."」
「하지만 한수영은 알지 못했다.」
「작가의 손을 떠난 이야기는, 이제 작가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당신에겐 ‘덮어쓰기‘의 권한이 없습니다!]「이미 완성된 세계가 그녀의 눈앞에 있었다.」
「결과가 원인을 삼키고 다시 원인이 결과를 삼키는 세계, 모든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하며,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는 세계. 이야기가 스스로 이야기를 생산하는, 영원불멸의 완전한 서사.」
「tls123」
「너는 이 이야기를 바꿀 수 없어.」 - P332

「어떤 것은 감추려 할수록 더욱 선명해진다.」
「그분을 지켜야 해.」
「그것이 신에게서 받은 마지막 부탁」
「"야."
"예"
"혹시나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말이야."
"그런 말씀 마시지요."
"날 정말로 ‘신‘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저 녀석을 꼭 지켜줘."」
「이 세계에 ‘시나리오‘를 열었고, 두 세계선을 하나로 이은 존재.」
「놀랄 필요 없어나도 방금 알았으니까」
「나도 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나는 너로 인해 완성되었어」
「왜 세계를 가르는 벽이 되었는지」
「어째서 내가 김독자를 지켜야 하는 지」
「당신은 나를 기억하지 못했고」
「나 역시 당신을 기억하지 못했지」
「이 이야기는 이제 나의 것이야」
「너는 이제 신이 아니야」 - P338

[성좌, ‘구원의 마왕‘이 새로운 자신의■■에 도달했습니다.]
아주 작은 글귀처럼 반짝이는, 그의 작은 설화.
[성좌, ‘구원의 마왕‘의 종장입니다.]「그렇게 그들은, 누구도 쓰지 않은 에필로그에 도달했다.」 - P377

"이제 나는 회귀자가 아니다."
그의 특성에 이제 [회귀자]라는 항목이 존재하지 않았다.
성흔도 사라졌다. [회귀]도, [집단 회귀]도 시간을 되돌릴 수있는 어떤 성흔도 없었다.

그는 이제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니었다.」단 하나의 독자가 사라지며, 그의 이야기는 끝이 났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회귀도 - P384

이 년의 시간. 날수로 쪼개면 약 칠백삼십 일.
지금의 대화는 그 칠백삼십 일을 필사적으로 살았기에 할수 있는 말들이었다. 학교에 다니고, 일하고, 이사 가고, 그날로부터 한 걸음씩 멀어지기 위해 일행들은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그날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오히려 그날을 향해 다가간사람도 있었다.
「김독자는 ‘멸살법‘이라는 이야기로 살아남았다. 그렇다면 우리를살게 만든 건 무슨 이야기였을까.」 - P411

「‘가장 오래된 꿈‘이 된 김독자는, 우주 전체로 흩어졌다.」
「이 우주는 그런 ‘가장 오래된 꿈‘의 상상으로 유지된다.」「그렇다면 ‘가장 오래된 꿈‘은 지금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다른 세계선의 아저씨도 책을 좋아하겠죠?"」
「왜 성좌들은 자신의 설화를 널리 알리려는 것일까.」「어째서, 이 세계의 기반은 ‘이야기‘인가.」 - P440

-시나리오가 끝난 후의 세계에서, 그는 무엇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회귀자 유중혁은 자유가 되었다.
하지만 비로소 얻은 자유 앞에서 유중혁은 자신이 결국 무엇을 얻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 P472

【회귀자의 끝이 그리 쉬울 거라 생각하는가?]
【잊지 마라. 우리에겐 죽음조차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을.] - P485

잠시 후, 방주가 있던 자리에 다섯 개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가 잘 해낼 거라고 생각하십니까?】【그건 모르지.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빨리 돌아가자. 오늘 학부모 참관 수업이니까. 누가독자랑 가기로 했지?】
【나나나나나!】
【네놈은 안 된다.】
은하 너머로 사라지는 방주를 보며, ‘은밀한 모략가가 말했다.
【다시는 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 유중혁.】 - P492

"시도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내가 기억하는 설화를 이용해 마지막 에피소드를 써보려고 했다. 너희가 그랬듯이 하지만."
"우리가 만든 이야기로 김독자가 살아 돌아온다 한들, 너는정말 그것이 김독자라고 생각할 수 있겠나?"
"영혼이 흩어지기 전에도 김독자는 ‘가장 오래된 꿈‘이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나? 그 녀석은 왜 자신의 행복을상상하지 않았는지."
"‘가장 오래된 꿈‘이라고 해도 세계를 자기 마음대로 상상할수는 없어. 꿈의 대부분은 무의식이니까!"
"그렇다면 김독자의 무의식은 이 결말이 옳다고 생각한 것이겠지."
"나도 알아! 김독자가 그런 놈이란 거. 넌 내가 왜 이 이야기를 썼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왜......."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서."
"네 이야기로, 나는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너 같은 놈한테 듣고 싶은 말이 아니었어." - P528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이제 몇 개는 잊어버렸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것은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살아남을 거란 사실이다. - P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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