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차별은 피부 색깔이나 머리 색깔의 차이로 생기는 것만이아니었다. 밥을 먹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 김치 냄새나 마늘 냄새도, 독일말이 서투른 것도 다 인종 차별의 원인이었다. 그러나 그런것에서 비롯되는 차별은 그나마 괜찮았다.
"당신들도 예수를 믿을 줄 아느냐?"
교회에 나갔다가 들은 말이었고,
"아, 당신들도 베토벤, 모차르트를 이해할 수 있는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명곡을 감상하다가 이런 말을 들어야했다. - P9

"주선녀 씨, 너무 괴로워하지 말아요. 나도 비슷한 과거가 있어서하는 말인데, 인생의 목표를 새롭게 바꿔봐요. 난 그 상처에서 벗어나려고 독일에 왔고, 여기 와선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자기는자기자신이 구할 수밖에 없어요. 자기 주인은 자기자신이니까요." - P20

전태일은 그 사람의 양복과 자신의 작업복을 비교하며 쓰게 웃었다. 신발을 벗어야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으리으리하게 꾸며진 방송국 건물도 자신들이 일하는 공장과는 너무나 하늘과 땅 차이였다. 양복쟁이들만 모여서 일하는 방송국, 그곳은 천국이었다.
천국에 사는 사람이 지옥의 형편을 알 리 없고, 지옥에 관심이 있을 리도 없었다. 전태일은 마음을 닫으며 길을 건넜다.
이 수많은 사람들은 왜 이리들 바쁜가. 이들은 무엇을 위해 사는것일까....? 사람들이 이렇게 불어나고 있는 서울은 과연 사람이살 만한 곳인가....? 천당과 지옥이 서로 등을 맞대고 동거하는곳, 서울은 끔찍스러운 곳이었다. - P33

"여기 생활실태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닙니다. 폭동을 보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과 진상, 이곳의 생활실태와 문제점 같은 것들을 심층적으로 파헤쳐야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건경제개발로 꿈꾼 천국이 만들어낸 지옥이고, 최소한 10만 명의 생존권이 달려 있는 문제니까요."

그러면 그들이 부정축재한 것은 얼마이며, 그 돈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그러나박정희가 다시 대통령이 되면서 그 사실은 밝혀지지 않고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소문으로 떠도는 엄청난 부정축재는 기업들로부터뜯어낸 돈인 것은 너무나 뻔했다. 그럼 기업들은 권력의 힘이 무서워 그저 돈을 갖다 바치고 빈손이었을 것인가. 기업들이 받고 있는특혜설 또한 분분한 소문이 된 지 오래였다. 권력과 기업들의 밀거래그 정경유착은 경제개발이라는 단물을 빨아먹으며 부정하게자라나고 있는 속성수 거목이었다. 그 그늘이 만든 음지가 바로 이성남 같은 곳이 아닐 것인가……………. - P266

문제는 잘못된 ‘공업입국의 경제정책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국제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계속 신장시키기 위해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억제하는 저임금 정책을 확정했고, 저임금을 유지시키려면 물가를 안정시켜야 하고, 물가가 안정되려면 노동자들의 주식인 곡물가격을 통제해야 하고, 곡물가격이 억제되면 농민들이 몰락해 이농을 하게 되고, 이농한 농민들은 살길을 찾아 도시로 몰려들고,
그러면 도시 노동력은 과잉이 되어 임금이 싸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이중효과를 나타냈다. 그런 이농현상으로 해마다 50만 명 이상이 도시로 몰려들게 되었고, 그것은 결국 도시빈민 문제를 야기시켰다. - P278

・・・・・・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점은 자기의 인생 목표를 자기스스로 정하고, 그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꾸준히 노력한다는 점이다. 모든 인간에게 자기 인생의 주인은 자기자신이다. 그러므로 노력하는 고통도 그리고 그 다음에 오는 성취의 행복과 기쁨도 오로지그 사람의 것이다. 여자라고 주저하거나 못할 것이 없다. 난 의사가된 작정이다.……. - P325

"어허, 말 중간에서 자르지 말고 잘 들어 오 상병은 마침 우리회사하고 거래 관계가 있어서 더러 얼굴을 대하니까 그건 중요한게 아니고, 오상병 말이 말야, 박 병장이 박사 따가지고 귀국해 어느 대학에 교수가 된 건 알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용산에 갔다 보니까 박 병장이 미8군에서 나오더라는 거야. 잘못봤나 싶어 다시봐도 틀림없이 박 병장이었다는 거야. 그거 이상하지 않아?"
"글쎄......?"
"글쎄가 아니잖아. 교수라도 민간인일 뿐인데 어떻게 미8군에 드나드느냐 그거야. 오 상병도 그랬지만, 나도 아무리 생각해 봐도그거 수상하다니까. 최형 생각은 어때? 뭔가 수상하잖아?"
"수상하잖아......?"
"뭔가 짚이는 게 없어? 수상하잖아?" - P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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