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분명 작가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살아가는 것은 등장인물이다.
그리고 그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한반도의 성좌들이 ‘구원의 마왕을 응원합니다!][<에덴>의 성좌들이 ‘구원의 마왕을 응원합니다!][<명계>의 성좌들이 ‘구원의 마왕‘을 지지합니다!][이름 모를 행성의 성좌들이 ‘구원의 마왕을 응원합니다!][수많은 성좌가 코인을 후원합니다!][절대다수의 성좌가 ‘구원의 마왕‘의 마지막 싸움을 지켜봅니다!]그 이야기를 지켜보는 이들이다.
[다수의 성좌가 ‘구원의 마왕‘이 죽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 P23

인간은 한평생을 바쳐도 하나의 존재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은 한 사람이 아니었다.」
한수영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현성이, 정희원이, 이지혜가. 다시 신유승과 이길영이 마지막으로 전함 위의 동료들이그녀를 바라보았다.
어쩌면 이들 중 김독자가 아닌 이는 없다. 이곳의 모두는 적어도 한 움큼씩은 김독자의 생에 대한 지분이 있다. - P68

「버려진 모든 세계선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녀가 문장으로는 표현할 수 없던 세계. 오직, 독자의 눈으로만 상상할 수 있기에 [예상표절]로도 읽지 못했던 세계.
「이것이 김독자가 꿈꾸던 세계였다.」 - P97

처음부터 김독자는 희생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아마 김독자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을 것이다.
이 세계의 결말에서, 모두 행복해질 방법을.
그가 혼자 희생할 때 일행들이 겪을 상처를 알았을 것이고,
모두 함께 싸우는 대가로 그들이 겪을 파멸을 읽었을 것이다.
그랬기에 김독자는 이 시나리오를 택했다.
시나리오를 바꾸는 시나리오. 정해진 결말을 따르지 않는시나리오 모두 함께 종막에 도달할 수 있는 시나리오. - P111

동쪽에서 떠오르는 ‘살아 있는 불꽃.
서쪽 세계의 재앙 가라앉은 섬의 주인‘.
북쪽 우주의 지배자 위대한 심연의 군주‘.
남쪽 성간을 다스리는 ‘은빛 심장의 왕‘
그리고 무엇도 아닌 곳에서 기어오는 ‘위대한 모략. - P120

[바람, 모든 도깨비에겐 ‘단 하나의 설화‘를 선택할 순간이온다고 하셨지요.]
[아마도 나는 저 이야기를 사랑하게 된 모양입니다.]
그는 정확히 지상을 향해 낙하하는 망상의 파편을 가로막고 섰다.
지금껏 그가 기록해온 설화들이 울고 있었다.
이야기꾼을 지켜보는 성좌들이 그의 행동에 개연성을 실어주고 있었다.
후폭풍이 자신의 몸을 찢어발기는 고통 속에서 비형은 생각했다.
아마 그가 읽어온 설화의 주인공은 자신의 행동을 달갑게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주인공은 언제나 모두를 살리고 싶어하니까.
그럼에도 거스를 수 없는 법칙은 있다.
「누구도 희생하지 않는 이야기는 없다.」이야기를 지키기 위해, 개연성을 지키기 위해, ‘최후의 벽‘에도달할 ‘단 하나의 설화‘가 되기 위해. 이것은 반드시 일어나야만 하는 일이었다.
「도깨비 비형은 자신의 마침표를 정했다.」 - P144

「모두 알고 있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지금 이 순간을 견뎌낼 수 없다는 것을.」
「"작가라고 항상 이야기하는 게 즐거운 줄 아냐?"」
「그렇기에 이 선택은 ‘독자‘인 그만이 할 수 있었다.」
「어떻게든 원하는 결말을 보고야 말겠다는 탐욕과 아집으로 가득찬 그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 P206

[개천이 시작됩니다!]
[오래된 성운의 늙은 별들이 아득한 잠에서 깨어납니다!]
[성좌, ‘대머리 의병장이 방주에 현현합니다!][성좌, ‘흥무대왕‘이 방주에 현현합니다!][성좌, ‘매금지존‘이 방주에 현현합니다!]
[성좌, ‘천제의 풍신‘이 방주에 현현합니다!]
이 방주에서 유일하게 우리 편이 되어줄 별들.
[성좌, ‘고려제일검‘이 방주에 현현합니다!] - P217

「너를 구성하는 설화들은, 네가 보고 겪고 느낌으로써 존재한다.」
「그 녀석에게 네가 보고 있다는 것을 알려라」
「김독자는 침착하게 숨을 가다듬었다.」
「네가 들여다보지 않으면, 존재조차 하지 못할 녀석들이다.」
「설화에 먹히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독자‘가 되어야 한다.」
「설화를 사랑하되, 취하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자.」
「그때야 설화는 비로소 실체 없는 공허에 맞설 수단이 되어줄 것이다.」
「"저는 독자입니다."」
「사람들에게 나를 이렇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은 오해를 받기 일쑤였다.」
「어린 시절, 김독자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뭐야, 나라면 이렇게 안 했을 텐데.」
「바보, 씨커맨더는 이렇게 공략했어야지. 이때 필요한 아이템은-」「극장 던전은 연구소에서 앰플을 얻는게 공략의 핵심이고.」「여기서 반드시 간평의를 얻어야 돼. 사인참사검보다 더 중요해.」
「성들을 모두 죽이는 수밖에 없어. 여기서는 그래야 해」
「회귀하지 않고도 강해지려면」
「역시 최선의 루트는 이거지. 첫 번째 거대 설화‘는 마계에서 얻어야해」
「모두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윽고 문장이 끊겼다.
문장이 끊어진 곳에 작고 하얀 문이 있었다.

「그가 읽지 못한 모든 이야기의 ‘에필로그가 그 너머에 있었다.」

「고작 이 문의 손잡이를 돌리기 위해」

유중으로부터 시작된 그 모든 이야기가 내 머릿속을 스쳤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품어왔으나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던 의문이 떠올랐다.

「tls123은 멸살법의 에필로그를 어떻게 그리고 싶었을까.」

문손잡이를 향해 손을 뻗으며, 나는 저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아득한 설화들로 이루어진 길. 멀리서 바라보자 그 길의 중경은 기이하게 낯설었다.

「나는 오래도록 그 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 P300

[유중혁. 지키고 싶던 것은 모두 지켰나?]
[거대 설화, ‘멸망을 기억하는 자들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서서히 잦아드는 스파크 속에서 어렴풋한 인형들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유중혁은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곁에 네 인물이 서 있었다.
키가 큰 사내, 백발의 청년, 포니테일의 여성, 그리고-
[그는 단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 그렇기에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이다.]
눈부신 날개의 대천사.
도깨비 왕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멸망한 999회차의 설화가 대천사의 검극에서 겁화처럼 불타오르고 있었다.
【아직도, 지켜야 할 것이 있다고 믿으니까.] - P349

‘최후의 벽‘에 어떤 문장이 떠오른 것은 그때였다.
「그린 존이 벽면에 붙어 있다니...…생각해보면 그것을 ‘방‘의 개념으로 받아들인 것은 애초에 인간들뿐이었다.」문득 나는 내가 딛고 있는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바닥 또한, 다른 방향에서는 또 하나의 벽이다.
달려온 벽 위에 우리의 족적이 남아 있었다. 족적 위로 우리가 쌓아온 설화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 P369

「만약 멸살법이 현실이라면 어떨까.」그것이 나의 생각인지, 아니면 ‘최후의 벽‘에 기록된 것인지, 혹은 그것도 아니라「내가 멸살법의 인물들과 함께 싸울 수 있는 세계가 있다면.」
「그러고 보니 유중혁이 회귀한 후의 세계는 어떻게 되는 거지? 작가님한테 댓글로 물어봐야겠다.」
[당신은 ‘등장인물‘이 됐습니다.]
어쩌면 나는 알고 있었다.
너무나 많은 힌트가 있었다.
「그 세계에서 나는 너무나 운이 좋았고.」
「그 세계의 모든 것이 내게 편의적이었으며」
「때로는 허술하기까지 했다.」
그 모든 것이 ‘가장 오래된 꿈의 가호 때문이었다면.
「모든 세계선의 태초, 원형의 세계선.」
오직 나만이, 이 세계의 결말을 알고 있었다. - P429

아이는 얼굴을 파묻은 채 같은 말을 반복했다.
"나는 유중혁이다. 나는 유중혁이다. 나는....."
[너는 유중혁이 아니다.]
억겁의 회귀 속에서 자신의 이름을 잊었던 희귀자그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있었다.
"내가 유중혁이다." - P442

「별거 아닌 비극이었다. 고작해야 단 한 번의 생에서 일어난 비극」
[가엾은 아이.]
【나의 신이여, 너를 만나기 위해 아주 오랜 세월을 견뎌왔건만.]
999회차의 우리엘이 어린 나의 뺨에 손을 가져다댔다.
【너는, 이 우주에서 가장 무력한 존재구나.】
[그래서 우리를 필요로 했던 건가? 너무나 가혹한 구조 요청이군.][자신의 상상조차 제어하지 못하는 것인가.]
999회차 인물들이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먼저 입을 연 것은 999회차의 이지혜였다.
[나는 상관없어. 하지만 괜찮겠어? 당신은 이걸 위해여기까지 왔잖아.]누구를 향한 말인지는 명백했다.
‘은밀한 모략가가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대답했다.
"힘든 시간이었다."
"왜 나였을까 생각했다.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했다.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러나 누군가가 나를 포기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999회차의 우리엘과 이현성이 무릎을 꿇어 아이의 몸을안아 들었다. 이지혜와 김남운이 아이의 차가운 손을 잡아주었다.
‘은밀한 모략가‘가 선언하듯 말했다."
"그만 눈을 떠라. 김독자
"정말, 정말로......."
그토록 오랫동안 지켜보았던, 이야기의 주인공이 눈앞에 있었다.
"그래. 꿈이 아니다." - P450

[해당 인물은 ‘등장인물‘이 아닙니다.]
나는 연이어 떠오르는 그 메시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세상에서 누구보다 정의로운 군인.」
「가장 숭고한 대천사」
「불의를 참지 않는 장군.」
「세상을 향한 증오로 가득 찬 악귀.」「<스타 스트림>이라는 시스템과 대적해온 회귀자.」 - P454

[성좌, ‘구원의 마왕이 자신의 ■■에 도달했습니다.]
[당신은 ‘가장 오래된 꿈‘이 됐습니다.]
스러지는 먼 불빛이 나를 기억하는 성좌들처럼 보였다.
그렇게, 나의 끝나지 않는 항해가 시작되었다.
[당신의■■은 ‘영원‘입니다.] - P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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