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언제쯤 환생할수 있는 거죠?
[저곳은 아해의 전장이 아닙니다. 아해는 더 커다란 의미를수행할 존재로 환생할 것입니다.]
-저들이 내 의미예요.
영혼이 되어서도 유상아의 목소리는 결연했다.
-여기서 저들을 살리지 못하면 제 환생은 아무 의미도 갖지 못해요.
[의미라......]
[그대는 내가 아끼던 아해의 몸에 깃들 것입니다.]
-다른 사람 몸에 들어간다고요? 환생하는 게 아니었나요?
[그 몸을 화신체 삼아 환생하는 것입니다.]
[그는 우주의 섭리로 되돌아간 것뿐입니다. 모든 것이 수레바퀴의 공허한 회전에 불과합니다.]
-당신이 아끼던 사람이잖아요.
[아해도 곧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환생자가 된다는 건 그런 것이니.]
-전 아직 환생자가 아니에요.
[그런 굴레에 아무런 의미도 없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대에게 소중하던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남을 저주하는 게 취미이신가요?
[사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아해여.]
[성들은 평생을 불면에 시달립니다. 시나리오 없이는 잠들지 못하고, 꿈에서조차 다른 이의 설화를 탐식합니다. 탐식을 통해 자신이 처한 시나리오를 지우고 싶어합니다. 그리고늘 불안해하지요. 자신들이 왜 불안한지조차 알지 못하면서.]
[그들에게 시나리오는 영원한 백일몽입니다. 죽음을 외면하기에 죽음을 모르고, 죽음을 모르기에 시나리오의 미망에서깨어나지 못하지요. 자신을 구원할 단 하나의 이야기가 존재한다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환생자는 다릅니다.]
[환생자는 성좌처럼 영원을 살아가지만, 죽고 다시 태어납니다. 죽음을 알기에 깨어남을 알고, 깨어남을 알기에 자신이시나리오 속 일개 부속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환생이란 시나리오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다들 체념한 얼굴이에요.
[누가 이기든 바뀌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시나리오는 바꿀 수 있어요. 우린 늘 그래왔어요.
[하지만 그것이 ‘시나리오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서 포기하는 건가요? 뭘 해도 시나리오는 시나리오니까? 그건 도망치는 거예요. 싸워보지도 않고서 패배를 인정하는 거라고요.
[아해여, 그건 환생자의 삶을 모욕하는 말입니다. 환생자들]은 무수한 삶을 시나리오와 투쟁하며
-단 한 번의 삶도 포기 않고, 모든 것을 다 바쳐서 싸워보셨나요?
-1,800번이 넘는 삶을 포기하지 않고 싸운 사람도 있어요.
유상아가 화면을 바라보았다. 검은색 코트의 사내가 서 있었다.
-그 모든 삶을 함께 지켜본 사람도 있고요.
그 옆에 선 흰 코트의 사내가 일행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천히 옮겨간 사내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쓰러진 이현성을 향했다.
[숫자를 헤아리기에 이 몸은 너무 오랜 세월을 살았습니다.
다만 한 가지, 헤아릴 수 있는 숫자도 있군요.]
석존이 이현성을 보며 말했다.
[이 섬에 늘어날 환생자가 하나] - P10

[후회하게 될 것이다.]
연기처럼 흩어지는 대도깨비의 신형.
모든 일행이 확실하게 살아남을 방법 하나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대의 판단은 매번 나를 놀라게 하는군.]
이번만큼은 수르야도 감탄했다는 듯한 뉘앙스였다.

"김독자."
"왜. 또, 뭐."
"오래 생각하고 한 판단 맞지? 같잖은 동정심이라든가, 순간적인 충동은 아니지?."
"그럼 됐어."
"화내도 돼. 난 방금 엄청난 기회를 걷어찬 거니까.".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뭐, 그래. 이유가 있겠지. 솔직히 나도 네가 거절할 거라고생각했어."
"뭐? 왜?"
한숨을 푹푹 쉬며 대답하는 한수영의 말을 받은 것은 유중혁이었다.
"그게 네놈이 살아가는 방식이니까."
평소와 같은 눈으로 이쪽을 응시하는 유중혁을 보며, 두 사람이 내게 무엇을 양보했는지 깨달았다.
맞다. 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 P71

「가장 뜨거운 지옥의 중심에서, 머리가 일곱이고 뿔이 열인 용이깨어날 것이다.」「그는 용 중의 용. 혼돈의 중심에서 태어난 모든 용의 수장이자 세계에서 가장 늙은 증오.」
「그 용은 하늘을 한 번, 땅을 한 번 보고 꼬리를 내리칠 것이다. 한번의 꼬리짓에 별들이 추락하고 세계의 한 방위가 사라지리라.」 - P74

"묵시룡‘은 본래 ‘특정한 용‘을 지칭하는 게 아냐. ‘가장 오래된 선‘이나 ‘가장 오래된 악‘이 특정 성좌를 칭하는 게 아닌것처럼. ‘묵시록의 최후룡‘은 거대 설화 그 자체를 말한다고."
"잠깐, 그러면......"
"아직 이 시점에서 ‘누가 묵시룡이 되느냐‘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지." - P7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