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질문이군요. ‘종말‘과 누구보다 가까운 당신이라면 당연히 답을 알고 있을 텐데.] 나는 침묵하며 아스모데우스의 고요한 눈을 마주 보았다. [곧 ‘선악의 이중주‘가 시작됩니다. 이제 당신도 ‘편‘을 택할때가 왔다는 이야기지요.] 나를 보는 그 시선이 묻고 있었다. 너는 ‘선‘인가 아니면 ‘악‘인가. 아스모데우스만이 아니었다. 나를 중심으로 밤하늘의 별들이 일제히 갈라지고 있었다. 한쪽은 밝은 빛으로, 한쪽은 우중충한 빛으로.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선악의 이중주. 이 시나리오가 시작되었다는 것의 의미는 간단했다. 「이 세계선의 멸망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무너진 선악의 균형 속에, 밤하늘의 별들은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할 것이다. 거대 성운조차 피해갈 수 없는 치명적인 멸망. 내 기억이 맞는다면이 멸망의 첫 희생양은. [성좌, ‘하늘의 서기관‘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대천사들의 성운, <에덴>이 될 것이다. - P66
[성좌, ‘은밀한 모략가‘가 화신 ‘유중혁‘을 바라봅니다.] 어둠이 말했다. 【오랜만이구나. 가장 오래된 꿈의 꼭두각시여.】 - P187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는다. 세상에서 가장 먼 것들이 만나고 멀어지는 그 순간을 설화는 기억한다. 그것이 이 세계가 존재하는 방식이었다. - P287
나도 잘 알고 있다. 설화가 커질수록 내가 짊어질 부담도 늘어난다. 그렇기에 나는 동료를 만들었다. 함께 역사를 쌓았고, 설화를 만들었다. 원작의 유중혁과는 다른 결말에 도달하기위해,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내가 계속 읽어나가야 할까. [거대 설화, ‘마계의 봄‘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모두가 함께 도달할 마지막을 상상해왔다. 그런 이야기가 분명 가능할 것이라 믿었다. [거대 설화, ‘신화를 삼킨 성화‘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지금껏 내가 쌓은 시간이 완전히 무용한 것이었다면. [‘마왕화‘를 발동합니다.] 내가 꿈꾸는 결말은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너를 죽이겠다, 유중혁.] - P385
「혼자인 존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김독자는 항상 혼자였다. 그렇기에 독자였고, 김독자는 존재하지 않았다.」서럽게도 타당한 문장이었다. 「그런 김독자가 유일하게 존재하는 순간이 있었으니, 그것은 독자가 독자가 되는 순간이었다.」한 권의 책에 대한 긴 독후감 같은 인생. 그것이 나의 삶이었다. 나는 멸살법과 함께 청소년기를 보냈고, 멸살법이 만들어준벽 뒤에 숨어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피했다. 「그는 멸살법을 읽을 때 비로소 살아 있었다.」 - P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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