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귀 어두운 년, 말 그대로다. 내가 서는 것을 보고 저년은서는 법을 배웠다. 내가 걷는 것을 보고 걷는 것을 배웠다. 내가 뛰라고 하자, 스스로 뛰는 법을 찾았다." 밥할매는 이래라저래라 한 적이 없었다. 그저 가란에게 흉내 내라면서 그 앞에 시범을 보였을 뿐이다. 그리고 가란은, 그것을 귀신같이 해내었다.
"네 눈이 옹이구멍이라고. 그 새파랗게 어린 채홍준사도알아본 재목을 네가 못 알아봤다는 것이야." 이보다 재미있는 것이 없다는 듯 밥할매는 목소리를 키웠다. "이 바닥에서 구르고 구른 네년보다, 그 낯짝 반반하고 세상 물정 모를 것 같은 사내놈의 안목이 더 높다고!" - P68
"이제 우리 같이 재를 뒤집어썼습니다. 만약 이었다가도재를 뒤집어써서 재가 된다면, 반대로………" 모두가 가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뗄 수 없었다. 재를잔뜩 뒤집어썼는데도, 어찌 저리 백지 위의 먹물처럼 튀는지알 수가 없다. 저리 지저분한 행색을 하고도 어찌 못 알아볼 수 있었을까? "재가 꽃이 될 수는 없는 겁니까?" - P111
약속이다. 옥패를 꼭 갖고 오겠다 했으니 가란은 약속을 지킬 것이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 않겠는가. 가란은 경합에 열심히 임하고, 밥할매는 부질없는 목숨을 억지로 붙들고 있다. 서로 애를 쓰고 있다. 그래야 공평하다. - P140
"너도 많이 기가 죽었구나. 애기기생이었을 때는 세상 남자다 호령할 듯 굴었던 네가 고작 어린 사내에게 어깨를 움츠리다니." 499 "책망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당연한 반응이지.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은 눈앞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먼 것을 바라보게 되는 법이다. 그래서 더 겁을 먹고 쉬이 움직일 수가 없지." 단양은 작은 상에 약사발을 올려놓고 그것을 매월에게 넘겼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은 겁쟁이가 되고, 그래서 현명해진단다." - P1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