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103
배짱과 두려움은 수평 저울의 두 선반처럼,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한쪽은 반드시 내려가게 되어 있었다. 사람에게 두려움이 없을 수는없었으므로 그 자체를 무시하기는 어려웠지만, 두려움이 감정을 지배하는 시기는 통제할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미룰 수 있으면 미루는 게좋았다. 미루어지는 시간만큼 현재에 더 충실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배짱은 뭐든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염려때문에 현재의 감각이 마비되게 하지는 않았다. 잘되는 못되는 뒷일은 뒷일이었으므로 적어도 현재의 자신과, 거기 속한 영혼이 불안에갉아먹히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았다. 배짱이란 앞일을 잘 헤쳐나가기위해서도 필요하겠지만 그렇게, 현재를 감각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었다. 그리고 현재를 오롯이 감각한다는 건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일 수 있었다. 그 현재의 느낌이 쌓여 미래의 자신을 만들 수도 있기때문이다.

p. 124

"상납이요?"

"나도 형한테 들은 얘기인데, 우리나라에 살면 돈이 많을수록 돈을 안 써도 된대. 그냥 돈이 많다는 것만 보여주면, 그 사람한테 잘 보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자기 돈을 쓰기에도 바쁘대. 술도 사고 밥도 사고 선물도 사주고, 그래서 정작 돈 많은 사람은 쓰고 싶어도 쓸 일이 별로 없다는 거지. 자기보다 백배 돈이 많은 사람한테 자기 돈으로 뭔가를 자꾸 가져다 바친다는 게 생각해보면 이상한데, 이상해도 그게 그렇다니까. 모르지 뭐 나야, 씨발. 그런 세계에 안 살아봤으니까."

p. 130
자기가 뭘 좀 피해를 봤다고 그걸 죄다 폭력이라고 하면 이 세상에폭력 아닌 게 없다.

p. 161
"판사는 인마, 진실을 밝히는 사람이 아니야. 조서에 올라온 내용으로 잘잘못만 따지는 사람이지." 

p. 239
"아니, 누나. 한번 떠나면 다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몰라. 그렇지않으면 떠났던 사람들은 모두 다 돌아왔겠지. 하지만 오지 않는 사람이 더 많잖아. 그 사람들도 모두 돌아오고 싶었을 거야. 하지만 저마다의 사정이 있으니까 못 돌아오는 거겠지. 그렇게 누구나 다 한번 떠나면 사정이 생기게 되어 있어, 누나, 떠날 땐 금방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아도 막상 그때가 되면 돌아오지 못할 이유로 가득할 거라고.
그래서 나는 떠난 사람이 다시 돌아온다는 거, 믿지 않아요.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일이면 떠나지 않고도 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해. 나는여기서 떠나고 싶지 않아, 누나."

p. 300
가장 큰 문제는 공과를 판단해야 하는 인간이 아무것도 모른다는사실에서 비롯되었다.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하는 위치에 있는 인간이 아는 게 없다보니 정말 혼나야 하는 게 누구인지 몰라 아무나 막혼내고, 정작 혼나야 하는 원흉은 그늘 속에 숨어 입가를 휘어올리고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런 자가 한 조직을 이끄는 수장이 되면 자신의 조직을 모조리 사지로 내몰기 십상이었고 그러면서도 정작 본인은그렇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뿐더러 심지어 모조리 죽이고서도 자기가 그런 것인지 알지 못했다.
모른다는 것이 그런 것이었다. 모르고 저지르는 사람은 밖에서 망을 보는 도둑놈의 일행처럼, 알고 저지르는 놈들의 공범이나 다를 바 없었다.

p. 354
"내가 당신들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습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