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복수 안도현 선생님과 함께 읽는 옛날이야기 2
안도현 지음, 김서빈 그림 / 상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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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 적에 읽은 전래동화책(지금도 한 권은 추억 삼아 집에 있다)은 아주 작은 글씨에 삽화라고는 없는 문고본이었는데, 좋은 세상이다. 이토록 풍부한 색채감에 생생한 표정이라니.

“고양이의 복수”라는 제목만으로도 이미 으스스함이 예견되는데, 요 표지 그림 좀 보라지. 대체 무슨 일을 당했길래 요괴가 되어 복수를 감행한 것일까? 크고 작은 고양이 네 마리와 함께 사는 나는 이미 어느 놈이 고양이에게 해코지를 한 것이냐며 감정이입할 자세가 되어 있다. 그런데 아뿔싸, 아들놈이 책을 들고 튀었다. 심지어 집을 나섰는 데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틈만 나면 읽으려 들었다. 과연 고양이의 영향력은 강력하구나 했는데 알고 보니 이 책 한 권에 총 네 가지의 옛날이야기가 들어있다. 세상에, 고양이 이야기가 아닌데도 이렇게 열심히 읽다니, 감동이다. (당장 나머지 책도 구매를..!)

겨우 아이의 손에서 벗어난 책을 읽어보았다. 옛날이야기를 현대의 문장으로 풀어쓰셨다고 들었는데, 그냥 책이 아니다. 그야말로 “이야기책”이다. ‘~했다’로 끝나는 문장이 하나도 없다. 눈으로 문장을 훑는데 누군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귓가에 들리는 듯 하다. 외울 수만 있다면 통째로 외워서 마치 내가 해주는 이야기인 양 해도 감쪽같겠다. 이 책 속의 삽화를 이용해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도 예쁘겠다.

구렁이 아기가 태어나고(구렁이와 결혼한 방울이), 요괴가 된 고양이의 복수극이 펼쳐지고(고양이의 복수), 무덤가에는 귀신들이 출몰하고(귀신의 말을 엿들은 소금 장수), 갓난아기의 모습을 한 산삼(100년 묵은 산삼)까지 나오지만 의외로 이야기는 무섭지 않다. (마음이 여린 어린 친구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 책의 목적이 ‘무시무시함’에 있지 않고 이야기를 통해 전달되는 교훈들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야기의 마무리에 양념처럼 살짝 올라갈 뿐이라 ‘뻔한 이야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감탄스럽다. 이런 게 안도현 선생님의 역량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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